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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남북 교류의 상징’ 완전히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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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

남측에 보여주기식 조치 나서

군, 경고 의미 담아 ‘대응사격’

정부 “남북 합의 명백한 위반”

경향신문

연기 휩싸인 남북관계 북한이 15일 정오쯤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 북측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우리 군의 감시장비에 잡힌 경의선(왼쪽 사진)과 동해선 도로 폭파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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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이미 지난 8월 남측과 연결된 도로·철도를 지뢰 매설 등으로 차단한 상태에서 ‘도로 폭파’라는 보여주기식 조치를 한 것이다. 군은 폭파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을 향해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정부는 “퇴행적 행태를 반복하는 북한 모습에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11시59분과 낮 12시1분에 각각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의 MDL 북측 구간을 폭파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2020년 6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남측 제공 시설을 폭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철도는 각각 한반도 서쪽과 동쪽에서 남과 북을 연결한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은 분단으로 끊어진 두 연결로를 다시 이으려는 노력을 이어왔지만 부침을 겪으면서 남북 연결의 상징으로만 존재해왔다.

폭파된 도로는 MDL에서 북쪽으로 10~70m 떨어진 지점이다. 합참 관계자는 “폭파는 아스팔트를 깨부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의선 도로를 폭파하기 전 검은색 렉서스 차량에서 내린 인물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 합참은 해당 인물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었는지 추가 분석 중이다.

북한은 지난 10일부터 폭파를 준비했다. 경의선과 동해선에서 수십개의 구덩이를 파고, 수십㎏의 고성능 폭약(TNT)을 넣고 흙으로 메웠다. 이날 북한군은 폭파 장면을 촬영했다. 북한 주민에게 폭파 사실을 널리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경고’의 의미를 담아 대응사격을 했다. K4고속유탄기관총과 K6중기관총에서 발사된 유탄과 12.7㎜탄 수십발은 MDL 남쪽 개활지에 떨어졌다.

합참 관계자는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대응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파된 도로에는 콘크리트 장벽 등이 세워질 것으로 합참은 내다봤다. 앞서 지난 9일 북한은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는 입장문을 통해 “남북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며, 매우 비정상적 조치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4년 전 대북전단을 이유로 1년 넘게 운영해왔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폭파했던 행태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며 “이러한 퇴행적 행태를 반복하는 북한 모습에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또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는 대표적 남북협력 사업으로 북한 요청에 의해 총 1억3290만달러에 달하는 차관 방식의 자재, 장비 제공을 통해 건설된 것”이라며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여전히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했다. 또 “남북 철도·도로 폭파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날 폭파는 남북 연결 차단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쇼’라고 군은 해석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 8월 남북 연결로 4곳을 차단하는 조치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도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뢰를 매설하고 철도의 침목과 레일을 제거했다. 강원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도로 좌우에는 지난 4월 지뢰를 깔았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에선 지난해 말부터 북한군이 다시 무장을 했다.

북한은 이번 폭파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부터 주장한 ‘적대적 두 국가’를 천명하는 동시에 남측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북관계 악화 시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격앙된 반응 → 군사적 긴장도 격상 → 관련 시설물 폭파’라는 반복된 패턴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도로 폭파는 지난 11일 북한이 주장한 무인기(드론)의 평양 상공 침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날 남측과 관계 단절에 대한 상징적 조치를 취한 이후 남측에 대한 공세적 태도가 가속화될 위험이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공언대로,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다시 출현할 경우 남북 간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정희완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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