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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MBK '선공' 맞은 최윤범, 표대결 준비…'7.8%' 국민연금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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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완료시 양측 지분 격차 소폭에 그칠 듯…국민연금 캐스팅보트

'신사업 협력' 현대차 등 경영권 분쟁에 당혹…崔 '사모펀드 리스크''해외매각' 부각 주력

뉴스1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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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을 40% 가까이 확보하고 이사회 장악에 나선다.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확보에 성공하면 기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동시에 조직 자체도 흔들릴 공산이 크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의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을 국민연금이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표결에 참여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총 110만 5163주(5.34%)가 응했다. MBK·영풍이 오는 17일 주당 83만 원에 청약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 총지분은 38.47%로 증가한다.

애초 내세웠다가 없앤 최소매수수량(약 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향후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지분으로 다시 계산하면 총 지분이 45%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23일까지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로 최대 15% 정도의 자사주를 취득한다 해도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고려아연과 함께 공개매수에 참여한 베인 캐피탈(최대 2.5%)의 지분까지 합해 최 회장 및 우호지분은 의결권 기준으로 MBK-영풍 측에 2~3%p 정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양측이 비슷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지분 7.83%)의 판단이 양측 표 대결에서 승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향후 최 회장 측은 MBK의 경영권 장악시 벌어질 문제점들을 부각하면서 여론전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금까지 고려아연과 협력 관계를 맺고 신사업을 추진해 온 주요 대기업들로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고려아연은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이차전지소재·자원순환)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33년 매출을 현재보다 2.5배 이상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고려아연의 지분 5.05%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은 니켈 제련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7.75%)과 LG화학(1.89%)도 지분을 들고 있다.

단기적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 사모펀드의 특성을 감안할 때 외부와의 중장기적 투자 협력이 온전하게 이어질지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협력 분야는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사업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내긴 어렵다"며 "경영권이 교체될 경우 협력의 성공 가능성뿐 아니라 지속성에 대한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교체시 한동안 혼란도 불가피하다. '온산제련소 일등공신' 평가를 받는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을 포함한 핵심 기술진들이 '전원 사표'를 꺼내고 MBK에 맞서 배수진을 쳤다. MBK가 고도의 제련 기술력이 핵심인 소재산업을 인수한 경험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구조조정 리스크도 거론된다. MBK는 2013년 ING 생명을 인수할 때도 10년 이상 보유와 고용 승계를 단언했다. 하지만 인수 후 5개월 만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수 5년 만에 ING 생명을 매각해 2조 원의 차익까지 챙겼다.

특히 MBK에 일부 중국 자본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심 기술산업의 해외매각 우려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이 부분을 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사모펀드 편에 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이고,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 산업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기업과 협의해 향후 국가핵심기술 (지정)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여러 우려 상황을 활용해 국민연금을 비롯해 추가 우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주주총회 막판까지 우호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것"이라며 "최종 표 대결에서 사모펀드의 경영 불확실성과 해외매각 리스크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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