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여야 의원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각각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를 향해 공세를 펼쳤다. 야당 의원들은 KBS 박민 사장에게 '광복절 기미가요 사태'와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축소 보도' 배경을 집중 추궁했고, 여당 의원들은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에게 MBC의 편향성을 따져물었다.
14일 KBS·EBS·방문진 임원진을 대상으로 한 과방위 국감에서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박민 사장에게 "윤석열 정권에서 공영방송 초토화하는 행동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시청률 내려가고 호감도 떨어지고 수신료 분리 징수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엉망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복절에 기미가요 틀고 친일 다큐멘터리 틀고 태극기 거꾸로 보이고 하더니 ('기역'을 '기억'으로 오타 낸 자막 자료영상을 제시하며) 한글날은 이게 뭔가. 너무 한심하지 않나"라며 "지금 사장 계속하면 KBS 없어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이라도 그만둬야 하는 분이 지금 (KBS 사장에) 재도전하겠다고 한다. 지금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목적 말고는 누가 이걸 이해를 하겠느냐"고 했다.
이해민 의원은 박민 사장이 자신의 경영계획서에 공공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 국고보조금 회복을 적시한 데 대해 "본인이 한 것처럼 썼다. 본인 치적 아니지 않나"라며 "21대 과방위 위원들이 직접 심사해서 증액을 했다. 이건 국회가 회복을 시킨 것이지 박민 사장이 회복시킨 게 아니다. 그런데 거기(경영계획서) 자화자찬처럼 썼다. 광을 팔아도 본인이 한 걸로 팔아라"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박민 사장의 수신료 분리징수 정책과 관련해 "보수 진보를 떠나서 모든 (KBS) 사장은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다. 이유는 안정적인 수신료 재원을 통해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민 사장은) 갑자기 180도 다른, 수신료 분리 징수를 하고 있다"며 "수신료 분리징수로 수신료가 엄청 떨어지고 있다. 정책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훈기 의원은 "KBS 역사상 최악의 사장이다. 박민 사장은"이라고 혹평하며 "지금 박민 사장이 KBS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다음에 누가 사장으로 와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저는 박민 사장은 재도전을 고사하고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황정아 의원은 박민 사장에게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제기부터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가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26일간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저녁 종합뉴스에 보도된 (평균) 건수는 12.9건"이지만 "KBS는 1.5건에 불과하다"며 "KBS가 대놓고 눈감아 주는 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박민 사장은 "제가 취임할 때 확인하지 않은 의혹은 보도하지 말도록 했다"며 "정확한 근거도 없이 명태균이 어떤 사람이 모르지만 이런 사항들이 그냥 추정하고 제기한 의혹을 방송사가 스스로 확인하지도 못하면서 보도했다가 나중에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문제가 된다)"고 답했다.
황정아 의원은 "지난 9일 대통령실 첫 공식 입장이 나오자 (KBS는) 고작 1건, (<9시 뉴스>) 11번 째 꼭지로 방송한다. 이날 JTBC는 5건, 심지어 TV조선마저도 두 번 보도를 한다. 어떻게 공영방송 KBS가 종편보다 못한가"라며 "사장이 보도지침이라도 내린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박민 사장은 "조금 전에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보도하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다"라고 맞받아쳤다.
박민 사장은 이날 KBS 구성원에 의해 고발당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박민 사장이 이사회 직원들에게 인사권을 행사하다 신임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에게 사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직무를 공정하고 청렴하게 수행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직무수행과 관련해 직무 관련자를 우대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이해충돌을 문제 삼으며 박민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온 조애진 KBS 노조 수석본부장은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역사저널 그날> 폐지, <추적 60분> 제작 부서 이관,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등에 대해 "시사 영역을 PD로부터 빼앗고 있다"며 "(사장이) 프로그램 폐지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도 사장이 함께 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오른쪽)과 KBS 박민 사장(왼쪽)은 10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방문진의 MBC 자화자찬, 역겹다"
여당 의원들은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이 국감 시작 전 MBC 경영 성과를 내용으로 한 인삿말부터 문제삼았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권태선 이사장에게 "MBC를 국민 갈등의 진앙지로 만들어 놓고 5분 넘게 자화자찬을 하는 걸 듣고 있으니까 솔직히 좀 역겨웠다"며 "MBC가 공정한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절반밖에 없다. 민주당을 위한 정당이고 민주당에게만 관대하고, 그리고 저희 여당과 윤석열 정부에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언론으로 볼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박충권 의원은 권태선 이사장에게 MBC 방송편성 규약을 거론하며 "규약을 잘 준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권 이사장이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아전인수 답변"이라고 비난했다.
박충권 의원은 <뉴스데스크>가 국군의 날 시가 행진을 북한의 열병식에 비교해 보도한 점, 의대 증원 논란과 관련한 앵커의 클로징 멘트(8월 21일 자) 등을 언급하며 권태선 이사장에게 MBC 편향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이에 권 이사장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뻔뻔하다", "뻔뻔하게 행동하니까 MBC가 '땡문방송' '좌파방송'이라고 욕 먹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권 이사장은 이에 대해 "저한테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보도의) 맥락 전체를 살펴보면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박충권 의원은 MBC 신뢰도와 관련해 "여러분이 주장하는 'MBC가 가장 신뢰도 높은 방송사다'라고 것도 한쪽 50%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라며 "그런 통계를 저는 신뢰하지 않는다. 미완성된 툴을 가지고 분석한 걸 가지고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MBC는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진행한 한국 주요 뉴스 매체별 신뢰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해당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에 따르면, MBC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57%로 조사됐다. MBC는 지난해에도 58%를 얻어 1위를 했다. 반면 지난해 신뢰도 2위였던 KBS는 올해 YTN(56%), JTBC(55%), SBS(54%)에 밀려 5위(51%)로 추락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은 EBS 유시춘 이사장이 반찬 가게와 제주 관광지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점, 유 이사장이 EBS 이사장으로 취입하기 두 달 전 유 이사장의 아들이 마약 반입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점 등을 거론하며 EBS 김유열 사장에게 "(유시춘 이사장에게 국감장에) 나오라고 하라"며 "여기 나오면 (증인으로) 출석하는 데 경비도 준다. 그 경비 경비 받아서 반찬 사고 고기 사 먹으라고 하라"고 말했다.
김장겸 의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인사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대전MBC 사장 시절 50만 원어치 빵 구매를 역으로 인용해 "(유시춘 이사장에게) 법인카드는 나중에 퇴임할 때 직원들에게 빵 사주고 그렇게 하라고 하라"고 말해, 국감장에서는 실소가 터졌다.
유시춘 이사장은 현재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유 이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두 차례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권익위는 지난 3월 유 이사장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하고 업무 추진비를 부정하게 사용했다며 관련 자료를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대검찰청에 넘겼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