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대만 독립세력에 경고”
중국 첫 항모 랴오닝함도 참여
실사격 훈련 여부 밝히지 않아
14일 대만 포위 훈련인 ’연합 리젠-2024B 연습’에 참여한 한 함정의 군인이 쌍안경으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배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군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건국기념일(쌍십절) 연설 나흘 만인 14일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 훈련에 실시했다. 라이 총통의 “중국과 대만이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응한 조처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는 이날 오전 5시(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공식계정에서 “전구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 병력을 조직해 대만해협과 대만 섬 북부·남부, 섬 동쪽에서 ‘연합 리젠(날카로운 칼)-2024B 연습’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리시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 훈련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독립’ 도모 행동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국가 주권과 국가 통일을 수호하는 정당하고 필요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은 5개월 만이다. 라이 총통의 지난 10일 113주년 대만 국경대회 기념사 발언을 문제 삼은 조처이다.
라이 총통은 당시 “지금 중화민국(대만)은 이미 타이·펑·진·마(대만 본섬과 펑후, 진먼, 마쭈)에 뿌리 내렸고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대만과 중국의 별개의 나라라는 ‘신 양국론’이다.
앞서 중국군은 지난 5월 23~24일에도 같은 달 20일 라이 총통의 취임 연설을 문제 삼아 대만 포위 훈련인 ‘연합 리젠-2024A 연습’을 벌였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가 14일 공개한 대만 포위 훈련인 지도. 훈련 이름은 ‘연합 리젠(날카로운 칼)-2024B 연습’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동부전구 사령부가 공개한 지도에 따르면 이날 훈련은 대만 섬과 부속섬을 둘러싸고 총 9곳에서 전개됐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군이 대만의 주요 항구 두 곳을 봉쇄하고 국제 해상 교통을 차단해 외국군의 지원을 막는 훈련을 벌이고 있으며, 미사일을 발사한 흔적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훈련에 배치됐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홍콩 명보는 동부전구 발표에 앞서 대만 국방부를 “중국 하이난성 싼야 군기지에 정박했던 랴오닝함이 전날 필리핀과 대만 사이에 있는 바시해협 인근으로 진입했으며 동쪽 서태평양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랴오닝함이 대만 동부에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훈련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랴오닝함은 1998년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도입한 뒤 14년 동안 연구·개조를 거쳐 2012년 선보인 이른바 중국 최초 항모이다. 애초 ‘훈련용’으로 사용됐으나 랴오닝성 다롄조선소에서 최근 1년간의 개량·개선 작업을 거쳐 ‘전투함’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중국이 침공을 염두에 두고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항모를 동원하는 것은 흔치 않다.
대만 총통부는 성명을 내고 “중국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현상을 방해하고 대만의 민주적 자유를 위협하는 군사적 도발을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
우자오셰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중국이 대만의 선의의 메시지를 무시했다”며 “군사력을 사용하여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것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유엔 헌장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에 자제력을 가지고 행동하고 대만 해협과 더 넓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피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지역 평화와 번영에 필수적이며 국제적인 관심사”라고 말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줄곧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힘써 왔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해야 할 것은 대만 독립 반대”라고 말했다.
리시 대변인은 훈련 시행을 발표한 지 13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간)에 “‘연습’의 각 과목을 원만하게 완료했다”며 종료를 알렸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서 실사격 훈련이나 비행 금지 구역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직후 벌인 훈련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만 문제가 부각되는 것은 부담스러우면서도 대만은 핵심 이익인 만큼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중국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날 대만의 사설 예비군 훈련기관을 운영·후원한 혐의로 입법원 의원 선보양과 기업가 차오싱청을 ‘친대만 독립분자’ 명단에 올려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 홍콩, 마카오 활동이 금지되며 중국 본토 입국 시 처벌될 수 있다.
대만에서는 별다른 긴장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대만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대만 가권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0.32% 상승 마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창간 기념 전시 ‘쓰레기 오비추어리’에 초대합니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