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조선소 사내하청 첫 전수조사…‘상생협약’에도 줄지 않는 재하도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한 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고소차를 타고 도장 작업 전 선박 표면의 염분을 씻어내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이 체결됐지만 재하도급(물량팀) 규모는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단계 하도급 고용구조 원인은 조선소 사내하청업체가 직접고용한 노동자(본공)보다 물량팀 노동자 급여가 높기 때문인 만큼 본공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조선업 하도급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보면,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5개 조선소 사내하청업체 456곳의 총 인원은 5만2042명이었다. 이 중 본공 비율은 59.2%(3만821명), 물량팀 비율은 23.5%(1만2246명)였다.

노동부 의뢰로 연구를 진행한 서울과학기술대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7~9월 5개 조선소 하청업체 480여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 중 456곳(응답률 95.0%)이 조사에 참여했다. 조선업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첫 전수조사다.

지난해 1~6월 사내하청업체 인력변동을 보면 본공은 8313명이 입사해 4868명(이직률 58.6%)이 퇴사했다. 다른 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물량팀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본공의 높은 이직률 원인이다. 보고서는 “물량팀은 4대보험, 퇴직금,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포함한 직시급제나 일당제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급여만 놓고 보면 본공의 급여보다 더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조사 결과 임금체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물량팀 급여가 본공 급여보다 높았다. 시급제를 적용하는 업체의 경우 본공 시급은 1만2019원으로 물량팀 시급(2만862원)의 57.6%에 그쳤다. 다만 시급제 적용을 받는 물량팀은 거의 없었다. 일당제·직시급제의 경우 본공 시급은 각각 물량팀 시급의 89.8%, 80.7%였다.

사내하청업체 중 85.6%는 본공 숙련도에 따라 2~3단계로 구분된 임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면접조사 결과 차등 폭은 크지 않았다. 고숙련 기능직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본공이 물량팀으로 이탈하는 요인 중 하나다.

본공이 이탈한 자리를 채운 것은 이주노동자였다. 사내하청업체 인력 중 14.5%(7538명)는 이주노동자였다. 문제는 이주노동자의 이직률도 낮지 않다는 점이다. E-9(비전문취업) 비자 이직률은 70.5%, E-7(전문취업) 비자 이직률은 21.9%였다. 장기적 대책이 없을 경우 이주노동자도 정주노동자처럼 조선소 외 다른 일자리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고서는 “사내협력사 본공을 양성하고 물량팀을 줄여야 한다는 데 원·하청 모두가 공감대를 가지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반대로 숙련된 협력사 본공이 물량팀으로 이전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었다”며 “본공에 대한 보상과 복지혜택을 높이고 상시적 작업에 대해선 물량팀 등 재하도급을 자제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청이 하청에 지급하는 기성금(하도급 대금) 산정의 객관성·투명성도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열쇠다. 기성금 기준이 되는 ‘시수’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사내하청업체에 공유되지 않는다. 시수는 작업 물량을 노동시간 단위로 전환한 것으로 하청업체가 위탁받은 물량의 완성에 필요한 시간 수다. 사내하청업체 10곳 중 9곳(91.8%)은 기성 단가 결정을 위한 객관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보고서는 “아직까지 기성금은 원청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구조기 때문에 하청의 수용성은 낮은 편”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객관적 기준에 대해 협의하는 등 원·하청 모두가 기성금에 대한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창간 기념 전시 ‘쓰레기 오비추어리’에 초대합니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