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윤재희 앵커
■ 출연 : 최경란 번역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UP]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저변에는 세계 각국의 독자를 매료시킨 번역의 힘도 크다는 분석인데요. 한강 작가의 시적인 문체와 감성을 불어권에 소개한 숨은 공신입니다. 최경란 번역가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번역가님, 안녕하십니까?
[최경란]
네, 안녕하세요.
[앵커]
지금 계신 곳이 한국이 아니시죠?
[최경란]
지금 파리에 있습니다.
파리면 지금 새벽 이른 시간대일 것 같은데요. 이른 시간에도 생방송에 연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번역가님도 놀라셨을 것 같은데요. 어떠셨나요?
[최경란]
저도 사실 많이 놀랐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라서 수상 이런 건 아예 예견하지도 않았고, 하지도 못했고 현지 시간으로 13시 조금 넘어서 발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딱 2분 후에, 그러니까 13시 7분에 국내에 있는 친구한테서 메시지가 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이게 뭐지? 그런 느낌이 먼저 들었고 이게 상황을 파악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히 저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다음 순간에는 굉장히 벅찬 감동이죠.
[앵커]
지난해 한강 작가님의 책을 번역을 하셨는데 어떤 작품이었나요?
[최경란]
저는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지난해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번역해서 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책은 메디치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프랑스 현지에서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이었는지도 궁금하거든요.
[최경란]
메디치상의 효과가 아무래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프랑스에서는 자국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고 사실 외국 문학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그리고 그나마도 주로 영미권 이런 쪽으로 많이 치우쳐져 있는데. 영미권 혹은 유럽권, 유럽 작가. 아시아 문학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약간 거리감이 있고 그리고 또 더욱이 아시아 문학 중에서도 순수문학, 불어 표현으로 하면 백색문학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작품들은 아무래도 대중들하고는 거리가 좀 있게 마련인데, 메디치상의 효과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좀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연말에 제가 얼핏 출판 편집자한테서 귀동냥으로 해서 들은 얘기가 연말에 한 1만 부 이상 나갔다. 그러면서 굉장히 흡족해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외국 문학으로서 그리고 순수문학으로서 그 정도의 판매량은 굉장히 괄목할 만하다, 이렇게 평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앵커]
한강 작가의 책이 번역가로서 어떤 특별한 점이랄까,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을까요?
[최경란]
매력적이죠.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을까요?
[최경란]
개인적인 의견을 드리는 건데, 저는 그냥 한마디로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그게 어떤 분들한테는 조금 어렵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렇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죠. 왜냐하면 주제도 그렇고 그다음에 작가는 작가의 특성이라고 할까, 이런 게 인간의 내면을 굉장히 깊이까지 파고들어서 천착하는 그런 용기, 그런 감수성과 용기까지 있는 그런 작품이기 때문에 약간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같은 경우에는 완전히 매료되었죠. 너무나 시적이고 아름다우니까. 완전히 푹 빠지게 되더라고요. 한동안 작업하는 동안은 그 세계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글에 담긴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달해야 하는 게 번역이어서 번역을 제2의 창작이다라고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요. 작별하지 않는다를 예로 들면 번역에 소요된 시간이 어느 정도 되셨을까요?
[최경란]
보통의 경우 한 6~7개월 정도면 작업을 마칠 수 있고요.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 정도 소요됐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 작품 자체가 제주 4.3 사건이라는 아픈 현대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사전조사나 공부도 필요했을 것 같거든요. 어떠셨나요?
[최경란]
저도 막연하게 2000년대 이후에 이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도 그냥 막연하게 언론이나 이런 매체를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까지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 배경을 자세히 알아야 작업이 되니까. 그래서 작업하면서 궁금한 것들은 찾아가면서 공부도 좀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다 찾아볼 수 있으니까 편리하더라고요.
[앵커]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판의 제목이 아주 절묘했다, 이렇게 얘기를 한 기사도 있었더라고요. 제목이 불가능한 작별인데 이렇게 제목을 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거든요?
[최경란]
고민을 좀 했습니다. 제목의 의미 자체가 문제가 됐던 게 아니라 이게 통사의 문제인데 프랑스어 같은 경우에는 주어가 꼭 있어야 돼요. 그러니까 영어도 그렇겠지만 그래서 이걸 하다 보면, 우리는 작별하지 않는다, 나는 작별하지 않는다, 아니면 이렇게 뭉뚱그려서 누군가는 작별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되게 되면 이게 굉장히 어설프거든요. 그래서 프랑스어로 가장 자연스러운, 우리 원문 제목이랑 가장 어울리는, 가장 가까운 표현을 찾아보려다가 하니까 그건 문장으로 쓸 수가 없고 결국은 명사구가 되는데 그래서 한동안 그걸 가지고 고민을 했었는데 어느 날 공동번역자께서 저한테 마구 다그치시는 거예요.
어떻게 할래, 자꾸 어떻게 할래 그러길래 제가 벽까지 밀려서 그러면 어떡하지? 이루어질 수 없는 작별? 미완성 작별? 불가능한 작별? 여러 가지를 제시했더니 딱 듣더니 그 순간에 불가능한 작별, 이러고 끝내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 됐습니다. 저희가 그래서 그렇게 마음을 먹은 제목을 출판사에 제안을 했을 때 출판사에서도 굉장히 흡족해하셨어요.
[앵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제목이 불가능한 작별인데 이게 사실 구조도 복잡하고 제주 방언도 나오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옮길 것인지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최경란]
아예 처음부터 방언은 포기를 한 상태였죠. 왜냐하면 방언뿐만 아니라 하나의 언어에서 굉장히 많은 말하는 방법, 그러니까 화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우리말의 존칭의 정도에 따라서도 여러 가지 뉘앙스가 생기고요. 그러니까 보통 일상용어랑 학술용어랑 다르고, 그리고 세대 간에도 언어가 다르고, 저희가 쓰는 말하고 어린아이들이 쓰는 말하고 다르고. 예를 들어서 조선시대 사대부가 쓰는 말이다, 이런 것을 불어로, 프랑스 고문으로 번역을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굉장히 여러 가지 종류의 언어들이 있는데 방언까지 포함해서. 그래서 그것들을 그런 경우에 그거를 다른 형태로, 그러니까 방언이라는 형태로 번역을 할 수는 없어요. 프랑스에서 그렇게 데칼코마니처럼 찍어서 나올 수는 없는 거니까. 그래서 이럴 때 중요한 것은 각 방언에서 느껴지는, 우리가 가진 방언들, 한국어 방언들이 가지는 맛들이 있잖아요.
특별하게 어떤 친밀감이나 안타까움이나 아니면 특별한 유머, 질감, 차진 거, 거의 맛과 냄새 이런 것들을 프랑스 독자들한테 가장 가깝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그러니까 그건 여러 가지 방법을 쓸 수가 있는 거죠. 단순히 단어 이런 것뿐만 아니라 표현의 형태를 살짝 바꾼다거나 그렇게 해서 가장 가까운 정서를 전달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 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앵커]
이 책 번역하시면서 한 번도 내용을 작가에게 되물어본 적이 없다라는 기사도 있었는데 일반적으로는 어떻습니까? 작가에게 문장의 의도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봐야 될까요?
[최경란]
가끔 있어요. 그게 항상 그런 건 아니고 가끔 가다가 해석이 약간... 그러니까 문장의 해석이 중의적일 수 있는 경우. 아니면 문맥을 쭉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 약간 이게 모순되는 것 같다, 이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작가들에게 질문을 드리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는데 이게 매번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런 경우들이 있는데 우리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니까. 질문이 아주 간단해요. 답변은 아주 간단해요. 질문이 생길 여지가 없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시죠, 한승원 작가께서 이번 노벨상 선정 이후에 말의 맛을 살린 번역가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언론사에서도 지금 번역의 힘을 조명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어떠십니까?
[최경란]
한승원 작가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과찬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앞으로 더 잘하라는 말씀으로 그렇게 듣겠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이 번역에 대한 관심이 좀 늘어나는 것은 굉장히 저희 같은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고무적이고 저희한테는 굉장히 반가운 일이죠. 해외에서 수상을 하는 우리나라 작품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그리고 후보작으로 선정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하니까 번역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은데, 저한테는 물론 고마운 일입니다,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고요.
[앵커]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국내에서는 한강 작가 책 구매 열풍이 불고 있고 지금 예약판매로 넘어가는 그런 상황인데, 지금 프랑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최경란]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여기도 지금 재고가 달려서 그래서 지금 서점에서 구할 수가 없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편집자분께서. 그래서 지금 다시 찍어야 하겠다,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을 들었는데 여기서도 아무래도 노벨상이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으니까 여기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작별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작뿐만 아니라 예전에 출판되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도 굉장히 지금 많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앞으로 한국 문학이 프랑스 현지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으실 것 같은데 앞서서 프랑스에서는 자국 문학이 주류를 이룬다고 언급을 하셨거든요.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 문학이 프랑스에 전반적으로 퍼지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최경란]
물론 그렇겠죠, 아무래도. 방금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노벨상이라고 하는 것은 그다음은 없잖아요. 세계 정상의 레벨을 다는 그런 일이고. 어쨌든 노벨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문학 애호가들이나 아니면 모든 도서관이나 이런 데는 다 비치가 되는 거고 그러면 아무래도 많은 독자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테고 그 외에 최근 들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많이 높아지고 있잖아요, 전 세계적으로. 또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라서 여기도 굉장히 K팝이나 K드라마 이런 거 좋아하시는 분들 굉장히 많은데 그러다 보니까 저변이 확대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앵커]
번역가님, 오늘 인터뷰가 첫 언론 생방송 인터뷰로 알고 있는데 새벽 시간인임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최경란]
아닙니다, 제가 감사합니다.
[앵커]
최경란 번역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경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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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 최경란 번역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UP]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저변에는 세계 각국의 독자를 매료시킨 번역의 힘도 크다는 분석인데요. 한강 작가의 시적인 문체와 감성을 불어권에 소개한 숨은 공신입니다. 최경란 번역가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번역가님, 안녕하십니까?
[최경란]
네, 안녕하세요.
[앵커]
지금 계신 곳이 한국이 아니시죠?
[최경란]
지금 파리에 있습니다.
[앵커]
파리면 지금 새벽 이른 시간대일 것 같은데요. 이른 시간에도 생방송에 연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번역가님도 놀라셨을 것 같은데요. 어떠셨나요?
[최경란]
저도 사실 많이 놀랐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라서 수상 이런 건 아예 예견하지도 않았고, 하지도 못했고 현지 시간으로 13시 조금 넘어서 발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딱 2분 후에, 그러니까 13시 7분에 국내에 있는 친구한테서 메시지가 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이게 뭐지? 그런 느낌이 먼저 들었고 이게 상황을 파악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히 저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다음 순간에는 굉장히 벅찬 감동이죠.
[앵커]
지난해 한강 작가님의 책을 번역을 하셨는데 어떤 작품이었나요?
[최경란]
저는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지난해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번역해서 냈습니다.
[앵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책은 메디치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프랑스 현지에서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이었는지도 궁금하거든요.
[최경란]
메디치상의 효과가 아무래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프랑스에서는 자국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고 사실 외국 문학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그리고 그나마도 주로 영미권 이런 쪽으로 많이 치우쳐져 있는데. 영미권 혹은 유럽권, 유럽 작가. 아시아 문학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약간 거리감이 있고 그리고 또 더욱이 아시아 문학 중에서도 순수문학, 불어 표현으로 하면 백색문학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작품들은 아무래도 대중들하고는 거리가 좀 있게 마련인데, 메디치상의 효과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좀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연말에 제가 얼핏 출판 편집자한테서 귀동냥으로 해서 들은 얘기가 연말에 한 1만 부 이상 나갔다. 그러면서 굉장히 흡족해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외국 문학으로서 그리고 순수문학으로서 그 정도의 판매량은 굉장히 괄목할 만하다, 이렇게 평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앵커]
한강 작가의 책이 번역가로서 어떤 특별한 점이랄까,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을까요?
[최경란]
매력적이죠.
[앵커]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을까요?
[최경란]
개인적인 의견을 드리는 건데, 저는 그냥 한마디로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그게 어떤 분들한테는 조금 어렵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렇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죠. 왜냐하면 주제도 그렇고 그다음에 작가는 작가의 특성이라고 할까, 이런 게 인간의 내면을 굉장히 깊이까지 파고들어서 천착하는 그런 용기, 그런 감수성과 용기까지 있는 그런 작품이기 때문에 약간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같은 경우에는 완전히 매료되었죠. 너무나 시적이고 아름다우니까. 완전히 푹 빠지게 되더라고요. 한동안 작업하는 동안은 그 세계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글에 담긴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달해야 하는 게 번역이어서 번역을 제2의 창작이다라고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요. 작별하지 않는다를 예로 들면 번역에 소요된 시간이 어느 정도 되셨을까요?
[최경란]
보통의 경우 한 6~7개월 정도면 작업을 마칠 수 있고요.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 정도 소요됐던 것 같아요.
[앵커]
아무래도 이 작품 자체가 제주 4.3 사건이라는 아픈 현대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사전조사나 공부도 필요했을 것 같거든요. 어떠셨나요?
[최경란]
저도 막연하게 2000년대 이후에 이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도 그냥 막연하게 언론이나 이런 매체를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까지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 배경을 자세히 알아야 작업이 되니까. 그래서 작업하면서 궁금한 것들은 찾아가면서 공부도 좀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다 찾아볼 수 있으니까 편리하더라고요.
[앵커]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판의 제목이 아주 절묘했다, 이렇게 얘기를 한 기사도 있었더라고요. 제목이 불가능한 작별인데 이렇게 제목을 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거든요?
[최경란]
고민을 좀 했습니다. 제목의 의미 자체가 문제가 됐던 게 아니라 이게 통사의 문제인데 프랑스어 같은 경우에는 주어가 꼭 있어야 돼요. 그러니까 영어도 그렇겠지만 그래서 이걸 하다 보면, 우리는 작별하지 않는다, 나는 작별하지 않는다, 아니면 이렇게 뭉뚱그려서 누군가는 작별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되게 되면 이게 굉장히 어설프거든요. 그래서 프랑스어로 가장 자연스러운, 우리 원문 제목이랑 가장 어울리는, 가장 가까운 표현을 찾아보려다가 하니까 그건 문장으로 쓸 수가 없고 결국은 명사구가 되는데 그래서 한동안 그걸 가지고 고민을 했었는데 어느 날 공동번역자께서 저한테 마구 다그치시는 거예요.
어떻게 할래, 자꾸 어떻게 할래 그러길래 제가 벽까지 밀려서 그러면 어떡하지? 이루어질 수 없는 작별? 미완성 작별? 불가능한 작별? 여러 가지를 제시했더니 딱 듣더니 그 순간에 불가능한 작별, 이러고 끝내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 됐습니다. 저희가 그래서 그렇게 마음을 먹은 제목을 출판사에 제안을 했을 때 출판사에서도 굉장히 흡족해하셨어요.
[앵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제목이 불가능한 작별인데 이게 사실 구조도 복잡하고 제주 방언도 나오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옮길 것인지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최경란]
아예 처음부터 방언은 포기를 한 상태였죠. 왜냐하면 방언뿐만 아니라 하나의 언어에서 굉장히 많은 말하는 방법, 그러니까 화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우리말의 존칭의 정도에 따라서도 여러 가지 뉘앙스가 생기고요. 그러니까 보통 일상용어랑 학술용어랑 다르고, 그리고 세대 간에도 언어가 다르고, 저희가 쓰는 말하고 어린아이들이 쓰는 말하고 다르고. 예를 들어서 조선시대 사대부가 쓰는 말이다, 이런 것을 불어로, 프랑스 고문으로 번역을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굉장히 여러 가지 종류의 언어들이 있는데 방언까지 포함해서. 그래서 그것들을 그런 경우에 그거를 다른 형태로, 그러니까 방언이라는 형태로 번역을 할 수는 없어요. 프랑스에서 그렇게 데칼코마니처럼 찍어서 나올 수는 없는 거니까. 그래서 이럴 때 중요한 것은 각 방언에서 느껴지는, 우리가 가진 방언들, 한국어 방언들이 가지는 맛들이 있잖아요.
특별하게 어떤 친밀감이나 안타까움이나 아니면 특별한 유머, 질감, 차진 거, 거의 맛과 냄새 이런 것들을 프랑스 독자들한테 가장 가깝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그러니까 그건 여러 가지 방법을 쓸 수가 있는 거죠. 단순히 단어 이런 것뿐만 아니라 표현의 형태를 살짝 바꾼다거나 그렇게 해서 가장 가까운 정서를 전달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 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앵커]
이 책 번역하시면서 한 번도 내용을 작가에게 되물어본 적이 없다라는 기사도 있었는데 일반적으로는 어떻습니까? 작가에게 문장의 의도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봐야 될까요?
[최경란]
가끔 있어요. 그게 항상 그런 건 아니고 가끔 가다가 해석이 약간... 그러니까 문장의 해석이 중의적일 수 있는 경우. 아니면 문맥을 쭉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 약간 이게 모순되는 것 같다, 이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작가들에게 질문을 드리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는데 이게 매번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런 경우들이 있는데 우리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니까. 질문이 아주 간단해요. 답변은 아주 간단해요. 질문이 생길 여지가 없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시죠, 한승원 작가께서 이번 노벨상 선정 이후에 말의 맛을 살린 번역가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언론사에서도 지금 번역의 힘을 조명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어떠십니까?
[최경란]
한승원 작가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과찬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앞으로 더 잘하라는 말씀으로 그렇게 듣겠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이 번역에 대한 관심이 좀 늘어나는 것은 굉장히 저희 같은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고무적이고 저희한테는 굉장히 반가운 일이죠. 해외에서 수상을 하는 우리나라 작품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그리고 후보작으로 선정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하니까 번역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은데, 저한테는 물론 고마운 일입니다,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고요.
[앵커]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국내에서는 한강 작가 책 구매 열풍이 불고 있고 지금 예약판매로 넘어가는 그런 상황인데, 지금 프랑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최경란]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여기도 지금 재고가 달려서 그래서 지금 서점에서 구할 수가 없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편집자분께서. 그래서 지금 다시 찍어야 하겠다,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을 들었는데 여기서도 아무래도 노벨상이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으니까 여기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작별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작뿐만 아니라 예전에 출판되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도 굉장히 지금 많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앞으로 한국 문학이 프랑스 현지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으실 것 같은데 앞서서 프랑스에서는 자국 문학이 주류를 이룬다고 언급을 하셨거든요.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 문학이 프랑스에 전반적으로 퍼지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최경란]
물론 그렇겠죠, 아무래도. 방금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노벨상이라고 하는 것은 그다음은 없잖아요. 세계 정상의 레벨을 다는 그런 일이고. 어쨌든 노벨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문학 애호가들이나 아니면 모든 도서관이나 이런 데는 다 비치가 되는 거고 그러면 아무래도 많은 독자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테고 그 외에 최근 들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많이 높아지고 있잖아요, 전 세계적으로. 또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라서 여기도 굉장히 K팝이나 K드라마 이런 거 좋아하시는 분들 굉장히 많은데 그러다 보니까 저변이 확대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앵커]
번역가님, 오늘 인터뷰가 첫 언론 생방송 인터뷰로 알고 있는데 새벽 시간인임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최경란]
아닙니다, 제가 감사합니다.
[앵커]
최경란 번역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경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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