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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병원가다 큰일날까 두려워요'…경북북부 사람들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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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의대 설립을 건의하는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영록 전남지사. 경국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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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을 자체 조달할 의과대학은 없고 실력있는 의사들은 시골생활이 싫어 고액연봉도 마다하죠, 이런 열악한 의료현실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원주(세브란스)나 대구 가는 길이 멀고 불편해도 좋은 치료받으려면 어쩔 수가 없어요" 안동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한 시민의 말이다.

안동, 영주, 봉화, 영양 등 경북의 산간지역 주민들은 수 십 년째 병원진료를 받으려고 먼 길을 오가는 힘겨움을 겪고 있다. 타박상이나 경증질환 등 평범한 병증은 안동병원이나 도립병원에서도 치료가 가능하는 걸 알지만 뇌질환이나 장기손상 같은 하이테크 기술을 요하는 중증질환이 생기면 일단 타지역 병원을 찾아 나선다.

'이제는 이 곳에도 우수한 의사를 배출할 의대가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나온 지도 십여년이 지났다. 지난 2015년 안동시의회는 북부지역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의과대 설립 결의안을 채택했고 안동대는 2013년 의대신설 TF를 구성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지만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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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보이는 붉은 원이 해당지역의 의료공백을 나타내준다. 경국대 의대유치 TF 자료 캡처



CBS취재진은 최근 이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를 취재과정에서 접했다. 미끄러운 화장실 바닥에서 넘어지면서 변기에 부딪쳐 골절상을 입은 뒤, R병원에 입원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사례다.

"5년전 어느 날 아내(A씨)가 집 화장실 바닥에서 미끄러져 변기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어요. 급히 시내 의료기관으로 이송해 응급처치를 받았어요 의료진은 갈비뼈 골절 진단을 내리면서 '좀만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지면서 쇼크가 왔고 목숨을 잃는 줄 알았어요"

그는 이어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골절된 뼈가 내부 장기를 찔러 내출혈이 일어났는데 그걸 모르고 방치한 겁니다. 너무 걱정되고 불안했던 저는 수도권병원의 친구(의사)에게 상황을 알리며 자문을 구했죠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하더군요"

"병원을 옮길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다행히 긴급히 수술에 들어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도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아찔합니다"

지역 의료기관이라고 모두 의료수준이 일천한 건 아니지만 더 나은 병원을 찾아가는 지역민들의 엑소더스는 엄연한 현실이다. 경국대(舊 안동대) 의대유치 TF 소속 한 교수는 지난 10일 CBS노컷뉴스 인터뷰에서 "이 지역에서 동네병원을 이용하는 비율보다 바깥으로 가는 비율이 높다. 북쪽으로는 세브란스가 있는 원주, 서울로 가고 남쪽으로는 대구에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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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천명당 의사수 '꼴찌' 경북. 경국대 의대유치 TF 자료 캡처



그는 "상태가 심각하면 외지로 간다고 보면 된다"며 "(지역병원도) 기계나 장비 이런 건 잘돼 있지만 사람이 문제다"고 언급했다. 결국 의료진의 실력이 문제라는 의미로 들렸다. 사정이 여기에 이른 데는 의사들의 지방근무 기피 풍조도 한몫하고 있다.

의료계 소식통에 따르면 '현직 의사들의 연봉은 평균적으로 3억원 내외(세후기준) 수준인데, 지방근무를 선택해 4억원(세후)을 받느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지역에서 3억원(세후)을 받는게 삶의 질이 더 낫다'는 인식이 공공연한 현실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체감 의료현실보다 더 심각한 건 경북의 열악한 의료수준(통계)이다. 경북북부와 충북 접경지역에는 상급종합병원이 0개이고 응급의료기반이 없어 정부가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한 시군구가 11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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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로 보는 경북북부지역의 의료서비스 실태. 경국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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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증가율은 1.7%↑(경북)에 그쳐 대구 12.2%↑, 전국평균 13.4%↑와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고 인구 1천명당 의사수 1.39명으로 전국 꼴찌다. 서울 3.47명, 대구 2.62명, 전국평균 2.2명보다 한참 낮다.

대구까지는 1시간이상이 걸리고 서울까지는 2~3시간이나 걸리는 물리적 거리가 경북북부지역 사람들에겐 큰 걱정거리다. 행여나 병원으로 가는 도중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남과 경북이 패키지로 의료낙후지역으로 분류됐지만 전남은 국립의대 신설 약속이 나온 상황이라 남은 건 '경북북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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