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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한동훈의 용산 인적쇄신론…'김 여사 라인' 정조준 했다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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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건희 여사가 9월 22일 2박4일 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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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12일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 대표가 말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용산 대통령실의 ‘김건희 여사 라인’을 겨냥했다고 해석돼서다. 해당 발언은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한 대표가 ‘김 여사 비선 의혹이 있고,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 고유 권한인 대통령실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쇄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 대표가 작심한 듯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거론하자 “여사 라인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강한 시그널”(여당 핵심 관계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도 “김 여사 문제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며 “문제를 해결하자는 여당 대표의 쇄신 요구를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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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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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간의 관심은 한 대표가 정조준한 대통령실 내 ‘김건희 라인’의 실체 여부다. 친한계는 10명 안팎의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을 여사 라인으로 거론한다. 김 여사와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다는 A·B 비서관과 C·D 행정관, 여사 보좌 업무를 현재 맡고 있는 몇몇 행정관을 ‘여사 라인’으로 분류한다. 김 여사가 한남동 관저에 머문다는 의미로 ‘한남동 라인’으로도 불린다. 친한계 인사는 “대통령실 공식 라인의 지시를 한남동 라인이 무시한다는 소리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한남동 라인이 외부에 처음 드러난 계기는 지난 4월 총선 직후 불쑥 튀어나온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이다. 당시 일부 언론은 국정 쇄신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 전 장관이 한덕수 총리의 후임으로,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이관섭 당시 비서실장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보도를 냈다. 예상치 못한 야당 인사의 깜짝 기용설에 정치권은 들썩댔고, 곧바로 당시 대통령실에선 “검토된 적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김 여사와 친하다고 알려진 몇몇 비서관이 “국회 통과를 위해선 (박영선 총리 등이) 불가피한 선택 아니냐. 검토한 게 맞다”고 언론에 흘렸다. 공식 라인과 배치되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이때부터 “김 여사 라인이 도대체 국정에 얼마만큼 관여한다는 거냐”는 뒷말이 나왔다.

최근 불거진 대통령실 ‘한남동 라인’의 공공기관장 발탁설도 한 대표와 용산의 충돌 지점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표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한남동 라인으로 통하는 해당 참모의 공공기관행이 부적절하다고 문제 제기했다고 한다. 친한계 인사는 “이후 이 고위 관계자가 해당 참모에게 주의를 줬는데, 며칠 뒤 외려 상부에서 질책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그만큼 한남동 라인의 위세를 보여주는 방증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이 와중에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김 여사와 네트워킹된 십상시 몇 사람이 (대통령실을) 쥐었다 폈다 한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용산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한남동 라인의 실체를 간파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한때 제2부속실이 설치되면 김 여사와 친분있는 참모를 몰아서 배치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실제 조사해보니 여사 라인이 예상보다 너무 많아 무산된 것으로 안다”며 “김 여사와 딱히 친분이 없는 대통령실 인사는 물갈이되고, 여사 라인은 집권 3년차까지 용산을 지키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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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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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한남동 라인’ 논란에 더해 여권의 혼돈을 가중시키는 건 비선(秘線) 논란이다. 최근 여권을 들쑤시는 ‘명태균 사건’이 대표적이다.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와 문자 메시지를 나누었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2022년 대선 전에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앞서 불거졌던 비선 논란은 총선 직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을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전 민주당 공관위원장이 물밑에서 사전에 조율했던 일이다. 임 전 위원장은 민주당 공식 직책을 맡았던 인물이지만, 함 원장은 과거 대통령 부부가 살았던 아크로비스타 주민으로 대통령실 공식 직함은 없었다. 여권에선 명씨와 함 원장 모두 윤 대통령보다 김 여사와 친분이 더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함 원장은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건 맞으나, 김 여사와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 사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실 인적쇄신을 거론하며 사실상 김 여사를 정조준하자 “여권에서 그간 쉬쉬했던 김 여사 문제를 한 대표가 직접 총대를 멨다. 그만큼 위기감이 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는 최근 김 여사와 관련해 “공개 활동 자제”(9일), “국민이 납득할 도이치 수사 결과”(10일), “대통령실 인적 쇄신”(12일) 등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13일 “한 대표가 10·16 재보선을 앞두고 ‘기승전 김 여사’만 외치면서 민주당을 돕는 꼴”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질타하는 게 한 대표가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친윤계 중진 의원도 “비선 논란을 야당 대표보다 여당 대표가 더 키우는 자해극”이라고 지적했다.

손국희ㆍ박태인ㆍ이창훈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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