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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경제안보 전략 강화, 아세안과 함께[기고/안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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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의 예측과 분석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지정학적 가치는 변함없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경쟁이 지속된다면 아세안은 ‘전략적 균형추’로서 그 역할을 유지할 것이며, 설령 외교 기조가 변화하더라도 풍부한 천연자원과 젊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또 빠른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로 아세안은 거대 소비시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아세안은 이미 한국의 2위 교역 대상 지역이며, 58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만큼 경제 협력에 대한 상호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달 6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과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과 아세안은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히 했다.

일본과 중국이 이미 아세안과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이번 정상 순방을 통해 아세안과 최고 수준 협력 동반자로서의 지위를 공식화한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내용은 필리핀과의 원자력발전소 및 원자재 공급망 협력이다. 원전은 무탄소 에너지원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자원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육성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필리핀이 원전 관련 경험과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에 협력을 요청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바탄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양해각서(MOU)’는 필리핀과의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원전 협력 확대를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또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 MOU’를 통해 니켈, 코발트 등 광물자원 부국인 필리핀과 공급망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기틀을 닦은 것도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와 체결한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과 ‘액화천연가스(LNG) 협력 MOU’도 주목할 만하다. 정보와 물류의 중심지인 싱가포르와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위기 징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으며, 에너지 수급 안정화와 천연가스 도입 가격 인하 가능성까지 확보한 점은 큰 성과다. 이와 더불어, 싱가포르의 혁신 역량과 우리 제조 기술 등 강점을 결합할 수 있는 ‘기술협력 MOU’도 체결됐다.

한편, 라오스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아세안 정책 기조인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실현하기 위해 ‘한-아세안 경제통상 싱크탱크 다이얼로그’ 출범을 제안했으며, 이는 회원국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내년부터 가동될 이 싱크탱크는 향후 35년간 한국과 아세안의 새로운 협력 관계를 여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 그리고 이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경제 안보의 핵심이다. 새로운 수출시장과 생산 거점이 절실한 이 시점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을 발판으로 우리 기업들이 도약하도록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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