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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신음하고 있는 K증시…혁신 뒤쳐진 '대한민국 경제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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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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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관해서라면 모범적이며 늘 칭찬만 받던 대한민국의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 실물경제의 그림자인 주식시장에서 그런 우려는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보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들의 주식시장도 유동성의 혜택을 받아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 국가의 주가 상승기에 중국 경제로부터 비롯된 부정적 영향 여파로 소외됐으면서도 한참 상승한 미국의 인공지능 고점론, 전기차 캐즘 같은 우려에 동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상승의 동인을 만들어내지 못하기에 외부의 부정적 영향에 취약한 것이다. 오랜 기간 기대수익을 밑도는 박스권 흐름으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국장(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한 연금 목표수익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고수익 해외 투자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질 정도다. 주식시장은 실물을 반영할 뿐 아니라 그 국가의 경제적 자신감을 대변한다. 도대체 왜 대한민국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딱해졌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떠오르는 생각들을 붙잡아보면 이렇다.

첫째, DX에서의 선도력을 AX에서 이어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IT 영향력이 매우 큰 나라다. 아직까지 반도체를 필두로 한 IT가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크게 성공했던 DX에서 AX로 바뀐 기술 트렌드를 제대로 쫒아가지 못하고 있다. DX시대 한국의 자부심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부진도 최근 심상치 않다. AX의 빅2인 미국과 중국의 테크자이언트들이 추론과 학습의 핵심인 GPU 확보 경쟁에 치중하고 있음에도 이 경쟁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는 한국의 모습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DX시대에 19위에 머물렀던 중국의 글로벌 랭킹이 AX시대에 미국을 바짝 쫓는 2위로 급부상했다는 점이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드웨어와 AI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임팩트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크다. 뒤처져 있음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속도를 내야한다.

둘째,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 수출 중심의 비즈니스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강국 독일만 해도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가 시가총액 1위에 90배에 가까운 PER을 인정받으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고, 프랑스는 LVMH와 에르메스, 로레알 같은 세계적인 명품 업체들이 20~50배의 PER을 받으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과 필연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제조업의 피로도가 높으며, 성장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이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서비스업을 필두로 한 비제조업 분야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

셋째, 외부 변수에 너무 취약한 구조다.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공급망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 시장 철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굵직한 지원 정책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외교적 변수들은 우리 기업들의 미래가치 산정에 부정적 요인이자 불확실성으로 다가온다. 외부 변수를 통제하긴 불가능하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에 대한 내성이 약하고 취약하다. 입체적이고 다방면의 외교적 노력과 다양한 정책으로 기업체가 받을 충격을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

넷째, 새로운 기술이 쉬지 않고 쏟아지는 시대에 신기술과 트렌드를 이끌 인재, 창의성, 모험정신이 부족하다. 미국이 인도,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인재들을 흡수하고 중국이 천인계획을 통해 경력직 외국인들을 대거 등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인재가 적은 한국은 설상가상으로 최신 기술에 관한 한 인재 유출국이 돼버렸다.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 열기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유니콘·데카콘을 꿈꾸는 기업들이 발행 시장의 문을 노크하고 활발히 모험정신이 되살아나야 유통시장에서 다시 새로운 트렌드가 정착하고 확장될 수 있다.

다섯째,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철학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 실적이 크게 증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밸류(주가 배수)가 높아져야 주식시장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밸류가 고정된 상황에선 경기와 연동되는 실적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주가치 제고와 밸류업에 대한 공론화는 긍정적이었으나 공감을 얻지 못한 밸류업지수 산정이나 투자자들을 크게 실망시킨 금투세 논란, 몇몇 대기업들의 이기적인 자본시장 활용 등은 대한민국 시장에 애정을 가진 많은 투자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많은 우려와 안타까움이 있지만 늘 어려움 가운데서 해법을 찾아왔던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고 싶다. 박스권의 지루한 공방에 지쳐가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우상향의 활력을 다시 불어넣어야 할 때다. 자본시장의 활력이 살아나야 기업이 살고, 가계에 부가 재분배되며, 국가의 희망적 미래가 열림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매일경제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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