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 식구 9명 중 6명이 '신혼'
"저출산 해결 몸으로 실천하겠다"
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다음 달에 보좌관님 결혼식이 있고, 아이도 곧 태어날 겁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저랑 같이 아이를 키웁니다. 저희 아이랑 태어난 날이 열흘밖에 차이가 안 나요. 신생아 아빠랍니다. "
-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7일 김민철 선임비서관 결혼식 축사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 보좌진 가족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베페베이비페어에 참여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소연 보좌관 예비부부, 강신형 보좌관 가족, 김 의원 가족, 전효수 비서관 가족, 김민철 선임비서관 부부. 김재섭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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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에 겹경사가 났습니다. 지난달 김민철 선임비서관이 결혼한 데 이어 이달 27일 박소연 보좌관도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합니다. 갓 국회에 입성한 초선들에게 국감은 국회의원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무대입니다. 이 때문에 의원실 핵심 보좌진이 국감 기간을 전후해 결혼을 하는 건 여의도 전례에 따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런 의원실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몸소 나서야겠다는 김 의원 의지가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김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때부터 만삭인 부인 김예린씨가 선거운동에 나서 화제가 됐습니다. 총선 승리 이후 태어난 딸 세주양은 복덩이 그 자체였죠. 그런데 김 의원만 복덩이를 얻은 게 아니었습니다. 선거를 함께 치른 강신형 보좌관도 김 의원보다 열흘 앞서 아들 민준군을 얻었습니다. 전효수 비서관은 돌이 지난 아들 문태양군을 키우고 있고, 이달 말 결혼하는 박 보좌관은 출산을 앞둔 예비맘입니다. 태명은 '김대통'입니다. 차성경 비서관도 신혼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김 선임비서관 결혼식 축사에서 "그 방엔 신혼투성이네요"라며 "그 방에서 신혼부부들이 잘해서 좋은 나라 만들어주시길 바란다"고 할 정도니, 김 의원실 보좌진의 저출생 극복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어 보입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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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2040 순풍(順風) 포럼'의 대표를 맡았습니다. 과거 오지명과 송혜교 등이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이름을 땄는데, 저출생 문제를 대중적이고 친근하게 풀어가겠다는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저출생 문제에 대한 김 의원의 진심은 의원실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 의원을 포함해 의원실 식구 9명 중 6명이 신혼입니다. 이런 구성 때문에 의원실의 출·퇴근 시간은 유연합니다. 일반 부모들에게 가장 난감한 자녀 등하교 문제가 돌발적으로 터지면 언제라도 눈치 보지 않고 자리를 비울 수 있다고 합니다. 자녀가 아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의원부터 정시 퇴근이 일상입니다. 가끔 저녁 자리에 참여해도 "아이를 보러 가야 한다"며 오후 8시면 칼같이 자리를 뜹니다. 이런 분위기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해 보입니다. 박 보좌관이 12월 정기국회까지 마친 후 신혼여행을 떠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게 의원실의 걱정 아닌 걱정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겉핥기식 아닌 진짜 문제를 다루겠다"
의원실 분위기는 일·가정 양립 실천에 적극적이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김 의원은 현실과 맞지 않는 저출생 정책을 하나씩 고쳐 나가기 위해 보좌진과 매일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보좌진이 모두 일상에서 겪는 문제다 보니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지 생생한 아이디어가 분출한다고 합니다. 최근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베페베이비페어'에 김 의원 가족과 보좌진 가족들이 방문해 현장의 생생한 얘기도 청취했습니다. "뻔한 겉핥기식이 아닌 진짜 문제를 다루겠다"는 김 의원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딸 세주양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김재섭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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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정책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우리 보좌진 중 한 분이 주택 문제로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야 해요. 그런데 아이를 낳아야만 받을 수가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아이를 낳고 이사했지만, 아이를 낳은 상태에서 이사를 하는 게 정말 힘들어요. 예를 들면 아이를 업고 도배도 새로 하고 가구도 들이란 소리예요. 뿐만 아닙니다. 통상 저출산 대책으로 부동산 대출을 해주는데, 출생률이 유의미하게 오르는 건 아파트 소유밖에 없어요. 그런데 대출액은 3억, 4억 원밖에 안 됩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중위값이 12억 원인데, 내가 현금 8억, 9억 원을 갖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 거예요. 더 웃긴 건 부부 합산 소득이 8,500만 원을 넘으면 안 돼요. 합산소득이 8,500만 원 이하인데 9억 원을 갖고 있는 부부가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되겠어요."
-육아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제가 '진짜' 1호 법안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육아휴직'의 명칭을 바꾸는 거예요. 제 아내가 애를 키우는데 박사 과정을 중단했어요. 육아가 너무 힘든 거예요. 팔 아프고 잠 못 자고. '이게 휴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 회사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육아휴직' 한다고 하면 쓰는 사람도 눈치를 보는 거고, 회사 입장에서도 생색을 내게 되는 거죠. 언어가 사고의 집인데, 육아를 쉰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죠."
-법적인 개념까지 바꾼다는 뜻일까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육아를 쉰다는 개념이 아니라 근무로 한다거나, 파견으로 한다거나, 또 다른 노동의 개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육아휴직이 어려운 이유가 이걸 '쉰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다고 봐요. 아직 명칭을 어떻게 정할지 결정하진 못했는데, 인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의원실 목표가 있다면.
"식구들이 대부분 신혼이고 육아 중이다 보니 함께 공감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저출생이 가장 중요한 우리 사회의 화두라면, 우리는 실제로 겪는 모든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법과 제도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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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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