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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노벨문학상, 모든 과정이 '비공개'...번역이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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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현웅 앵커
■ 출연 : 정명교 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와이드]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한 '깜짝쇼'였습니다. 노벨문학상은 다른 문학상과 달리 후보자나 후보작을 별도로 발표하지도 않기 때문에 더 그랬는데요. 해외 문학계에 한강 작가의 책을 알린 번역가가 사실상 일등 공신이라는 평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연세대 국문과 정명교 명예교수 겸 문학평론가 연결해 이번 수상과 관련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교수님, 나와 계시죠?

[정명교]
안녕하세요.

[앵커]
소설가 한강 씨의 모교죠.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연세대 국문과도 큰 경사일 것 같은데 교수님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예상하셨습니까?

[정명교]
아니요. 언젠가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받을 줄은 몰랐죠. [앵커] 언젠가는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명교]
언젠가는 받을 거라고라기보다는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요. 통상 노벨문학상은 완성된 작가에게 줘왔기 때문에 아직 한강 작가는 진화하고 있는 작가고 그래서 나중에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너무 빨리 지금 받았어요.

[앵커]
통화 음질 상태가 조금 고르지 못한 점 양해 말씀을 드리고요. 이번에 중국 작가 찬쉐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을 유력하게 꼽히는 분위기였는데 예상을 뒤엎는 이례적인 수상이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이번 어떤 점이 이번 수상을 결정 짓는 주요한 요인이 됐다고 보십니까?

[정명교]
그게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 같은데요. 2010년대 후반에 노벨상 심사위원회에 큰 변동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에 새로운 체제가 구축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데 아마 그래서 거기서 파격적인 실험을 이번에 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건 짐작입니다.

[앵커]
말씀을 하신 게 아무래도 비교적 젊은,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받았다는 점을 말씀을 하신 건가요?

[정명교]
그렇죠.

[앵커]
부커상이나 메디치상 등은 수상자 선정 전에 따로 후보를 발표하는데 노벨문학상은 후보자 선정이나 작품도 특정하지 않잖아요. 후보작이 없는데 어떻게 심사하고 수상자를 선정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명교]
그것은 2007년에 문학 전문기자였던 기자가 자세하게 취재한 게 있는데요. 5월까지 추천을 사방에서 받고 그다음에 심사위원이 정원이 18명이거든요. 심사위원들이 5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읽고 그다음에 9월부터 10월 초까지 매주 심사독회를 하고 그다음에 10월 어느 날 최종 투표를 합니다. 최종 투표가 오전에 하고 오후에 발표를 하죠. [앵커] 특정 심사위원이 아닌 여러 명으로부터 어떻게 보면 수상자로 꼽혔다라고 볼 수가 있겠는데 한국인 최초는 물론이고 아시아 여성 최초의 수상입니다. 우리나라 문학사는 물론 문학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명교]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고요. 한국 문학이 1990년대부터 세계에 자신을 알렸는데 그래도 지금까지는 주로 주요 작가들을 중심으로 일종에 개별 작가들이 알려졌지 한국 문학이 함께 알려지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노벨상은 워낙 큰 것이고 또 한강 작가가 이번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이자 또 한국 문학 최초의 수상 작가이기 때문에 아마 이번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마침내 세계 문학의 궤도 안에 접어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교수님께서는 이전에 한강은 대중소설가이기보다는 전위소설가다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이건 어떤 의미였습니까?

[정명교]
한강은 문체가 굉장히 뛰어난 작가고요. 어떤 역사적 사실을 안에서 깊이 품고 그걸 일종의 내적 성찰을 깊이 한 다음에 내놓는 작가이기 때문에 이해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읽으면 한국사의 격변과 거기에서 희생당하는 개인들의 아픈 삶들과 그리고 아픈 삶에 대한 성찰, 분노 이런 것들이 아주 조화를 잘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언어를 느끼는 그런 좋은 작품들을 써왔죠. 그러니까 그런 점에서 일반적으로 막 사건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그런 대중소설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
[앵커]
말씀을 해 주신 것처럼 5.18이나 4.3 같은 한국사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다뤘는데 이런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한강 작가만의 다른 점, 어떤 게 있을까요?

[정명교]
한강 작가는 일단 역사의 횡포에 희생당하는 개인들에 집중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각 개인들의 저마다의 구체적이고 내밀한 사연, 그다음에 그 사연에 대한 자기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가슴 속에서 끌어오르는 감정, 느낌 이런 것들이 아주 잘 묘사가 되어 있고요. 조금 더 넓혀서 말씀드리자면 이런 것은 한강의 경우에는 제가 어디에도 썼습니다마는 한국 문학의 특유의 미학. 일종의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는 것과 그다음에 역사적 상처를 정화시키고자 하는 정화의 미학이 잘 어울려 있는 상당히 미적으로 아름다운 그런 소설들을 써왔습니다. 아무래도 한강 소설 돋보이게 한 요인이겠죠.

[앵커]
이번에 수상 관련해서 발표가 나올 때도 그랬고요. 여러 평을 들어보면 시적이다라는 표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게 공감을 하시는지요?

[정명교]
그럼요. 내면의 의식의 흐름을 아주 여울물이 잔잔히 흐르듯이 그렇게 묘사해가기 때문에 상당히 시적으로 느껴지죠.

[앵커]
한강 작가가 자신의 책 입문 도서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분들께서 대표작 중에 뭐부터 읽을까 고민을 하실 것 같은데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정명교]
그게 아무래도 일반 대중들한테는 조금 더 작품 속의 내용에 접근할 수 있고 또 중요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건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앵커]
비교적 읽기 쉽다라고 생각을 해도 됩니까?

[정명교]
그런 편이죠. 작별하지 않는다가 역사적 사실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독자들이 접하기가 편한 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교수님이 추천하는 한강 작가는 책은 뭡니까?

[정명교]
개인적으로 저는 채식주의자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물이 되고 싶어 하는 여인과 그다음에 그런 여인을 일종에 동물적인 탐욕으로 훼손하는 탐미주의자 사이의 격렬한 부딪침을 정말 선명하게 묘사를 했거든요. 저는 그것이 한강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최초의 계기이기도 했고 그래서 그 작품을 추천을 하는데요.
그런데 일반 독자들이 읽기는 조금 버거울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앵커]
조금 전에 화면을 통해서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의 모습도 나갔는데 우리 문학 번역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할까, 이 부분도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정명교]
그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요. 지금 어쨌든 그래서 한국문학번역원하고 그다음에 대상문화재단 두 군데서 번역에 집중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고 그 성과가 이번에 나타난 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열심히 노력들은 하고 있는데 이게 번역은 늘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게 앞으로도 계속 우리가 따져봐야 할 문제인데 서양인들이 번역이라는 중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게 제일 좋죠. AI가 도와줄 수도 있고 아니면 말 그대로 세계 공용의 언어가 들어갈 수도 있고 그런데 아직 더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모색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번에 수상 발표가 난 이후에 바로 다음 날에는 대형서점 앞에 오픈런이라고 하죠, 줄이 길게 이어지는 모습도 볼 수가 있었는데 상당히 가슴 아프지만 이례적이고 이색적인 장면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학계 그리고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끝으로 들어보겠습니다.

[정명교]
저는 독자들께 당부하고 싶은 것보다도 이른바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 분들에게 제발 부탁하고 싶은데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그렇게 교육을 해야만 됩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의 뛰어난 문학작품들을 초등학교 때 거의 강제로 외우거든요. 그리고 그걸 열심히 읽게 하는 그런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상하게 창의교육이라고 하는 단어가 오해가 돼서 외우는 것을 주입식 교육이라고 생각을 하고 무조건 머릿속에서 반짝반짝 창의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지금 한국 문학의 독서 인구층을 붕괴시킨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책을 읽어본 경험이 있어야지 책도 읽죠. 그러니까 독자들에게 부탁할 게 아니고 저는 지금 어린 학생들부터 새로 책 읽는 습관을 들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문학붐이 일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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