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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300억 비자금’ 고발 불똥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환수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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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중앙지검은 '선경 300억원' 메모와 관련해 비자금 의혹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민종)에 배당해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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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선경 300억원’ 비자금 의혹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민종)에 배당했다. 앞서 이희규 한국노년복지연합회장과 시민단체인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는 각각 지난달 19일과 이달 7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김옥숙 여사(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오는 14일엔 5·18 기념재단도 고발 대열에 합류한다. 재단 측은 ”노소영은 이혼 소송에서 비자금 내역에 대한 메모를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그동안 숨겨온 부정축재 은닉재산의 실체를 스스로 인정했다”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관련 사건을 배당하고,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경 300억원’ 메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재판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제출한 자료다. 노 전 대통령이 1991년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전달했고, 최 선대 회장은 담보로 선경건설 명의로 액면가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전달했다는 게 노 관장 측 주장이다. 이 증거로 노 관장 측은 김 여사의 메모와 선경건설 50억 원짜리 어음 6장의 사진을 제출했다고 한다.

300억원은 1997년 대법원 선고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측이 2013년 완납한 추징금과는 별개의 비자금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법률 검토와 확인을 한 다음에 수사 필요성이 있으면 검찰이 수사할 것으로 믿고 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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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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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비자금... 처벌 및 환수 가능성은



검찰은 노 관장 등이 고발된 의혹(범죄수익은닉규제법·조세범처벌법)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 여부를 중점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지만, 비자금을 은닉하는 과정에서 가족이 차명 계좌를 빌려주는 등 가담했다면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공소시효 도과 여부"라고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형성한 것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로, 2001년 범죄수익은닉죄가 제정되기도 전으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그럼에도 검찰이 사건을 들여다보는 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부칙 때문이다. 법 개정 이전 조성된 범죄수익이라고 하더라도, 시행 후 돈세탁이나 현금화 등 범죄수익을 은닉하거나 처분하려는 행위가 있으면 처벌이나 몰수가 가능하다.

노 관장 측은 이혼 소송에서 2012년 추징금 완납을 위해 SK 측에 약속어음 300억원 중 100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비자금을 현금화하기 위한 행위로 본다면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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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뒤 그 해 12월 13대 대선에서 당선됐다. 사진은 1993년 기자회견 하는 노 전 대통령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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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독립몰수제'도 변수다. 독립몰수제는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나도 범죄수익만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비자금이 실제로 어떤 과정으로 형성됐는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30~40년 전 일이고, 무엇보다 당사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최 선대 회장 모두 사망한 만큼, 명확한 비자금 실체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노 관장이나 김 여사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상속이나 증여받으면서 조세를 포탈한 의혹(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특가법상 연간 5억원 이상 조세포탈이 있었을 경우, 검찰에서 자체 수사가 가능하다.

일단 ‘선경건설 300억원 어음’의 실재 여부와 SK 측으로부터 받아야 할 채권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등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다. 또한 이를 증여로 볼 것인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상속된 재산으로 볼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증여의 공소시효는 통상 5년으로,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상속이라고 하더라도 “단순 미신고 누락이면 처벌이 어렵고, 돈세탁이나 적극적인 탈루 행위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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