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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설왕설래] 실사격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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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전’은 북한이 해병대 연평부대와 연평도 민간시설을 겨냥해 방사포 170여발을 쏘며 기습도발을 감행해 벌어졌다. 6·25전쟁 이후 초유의 포격전이었다. 교전규칙에 따라 해병대는 80여발의 K-9 자주포로 대응사격에 나섰다.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이 있고 나서 13분 만의 대응이었다. 이 과정에서 군은 수십여 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뒤늦게 포탄 상당수가 북한 진지를 타격하지 못하고 논밭이나 바다에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미국 업체의 위성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는 했다. 그래도 평시 실사격 훈련으로 다져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조치였다는 데 공감했다.

세계일보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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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1월이다.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인질 구출을 위해 전례 없는 강공작전을 선택한다. 당시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이 해적들에게 잡혀 있었다. 납치 6일 만에 청해부대 소속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이 투입돼 약 5시간의 교전을 거쳐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다. 동시에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 등 인질 전원을 구출했다. 한국군이 해외에서 수행한 최초의 인질 구출 작전인 ‘아덴만 여명 작전’이다.

물러섬이 없었던 군의 결기는 문재인정부 시절 남북 화해 분위기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로 급속도로 위축됐다. 해병대원들은 NLL 인근 해상이 완충구역(적대행위 금지구역)으로 설정됨에 따라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중단했다. 올해 6월 정부의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정으로 7년 만에 훈련을 재개하기까지 K-9 자주포와 함께 한동안 섬을 떠나 육지로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 5월에는 육군 한 부대에서 훈련 중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 병사 1명이 숨지고 부사관 1명이 중상을 당했다. 이에 군 당국은 사고 발생 직후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실제 수류탄 대신 연습용 수류탄을 사용하도록 전 군에 지시했다. 이후 연습용과 실전용 수류탄 사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최근 군에는 조금만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하면 민원이 빗발친다. 훈련은 전투에서의 승리보다 병사 안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군처럼 악천후에서 훈련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실사격 훈련은 실전 상황과 무관하게 진행되기 일쑤다.

공군의 핵심 전력인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TAURUS)의 실사격 훈련이 지난 8일과 10일 서해 상공에서 이뤄졌다. 타우러스는 북한 방공망의 사거리를 벗어난 후방지역에서 발사해 적 주요 시설을 원점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다. 2016년 전력화됐고 군에 260발이 도입됐다. 타우러스의 실사격 훈련은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 직후인 2017년 9월이 마지막이었다. 7년 만의 재개다. 사격훈련이 성공적이었다는 공군의 발표보다 그동안 정권 눈치 보느라 장기간 실사격 훈련을 팽개친 군대가 한심스러워 보일 정도다. 훈련을 소홀히 한 군대가 실전에서 승리한 적이 있었던가. 최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수장들을 연이어 제거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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