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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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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전쟁통에 무슨 잔치냐며 기자회견 사양…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는 한강 작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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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키워낸 소설가 한승원

노벨상 소식에 가짜뉴스인 줄
어릴적 방구석서 공상 즐긴 딸
‘텔레비전’ 단어 ‘말틀’로 바꿔
한글날 글짓기로 상 한번 받아

작가로서 딸 늘 건강하길 바라


매일경제

지난 10일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가 11일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효도를 많이 한 딸이다. 아버지보다 뛰어난 딸을 승어부(勝於父)라고 하는데 나는 평균치를 약간 넘어선 사람이다. 평균치를 뛰어넘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뛰어넘은 아들, 딸은 더 훌륭한 것이다”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 소설가(85)가 11일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 앞 정자에서 소감을 밝혔다.

한승원 소설가는 “처음에는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며 “당혹감에 사로잡혔고, 즐겁다고 말할수도,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진행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세상이 꼭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충격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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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왼쪽 두번째)가 그의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맨 오른쪽), 어미니 임감오씨, 남편이자 문학평론가 홍용희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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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은 뒤 스스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생각을 바꿔 한승원 소설가가 대신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 작가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수상을 자축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원 소설가는 “(딸에게) 창비, 문학동네, 문지 셋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출판사에서 장소를 마련해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는데 (딸이)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즐거워하겠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저녁 121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 한국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한강 작가가 처음이며 아시아 여성 작가 중에서도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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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오른쪽)가 2005년 이상문학상 시상식에서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와 함께 선 모습.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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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소설가와 한강 작가는 아버지가 1968년, 딸이 1994년 등단한 부녀 작가다. 2005년 한강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받으며 한승원 소설가의 1988년 수상 이후 17년 만에 2대가 이상문학상을 받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승원 소설가가 한강 작가에게 소설 쓰기를 따로 가르친 적은 없다. 한강 작가가 학창 시절에 글짓기 상을 받은 것은 고등학교 한글날 글짓기에서 텔레비전을 ‘말틀’이라고 표현해 상을 받은 게 유일하다고 한승원 소설가는 밝혔다.

한승원 작가는 “딸한테 방 하나를 따로 줬는데 한참 소설을 쓰다가 밖에 나와보면 딸이 안보였다”며 “이 방, 저 방 다녀서 찾고 그랬는데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공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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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당시 한승원 소설가(가운데)에게 한강 작가(오른쪽)가 꽃다발을 전하는 모습. [사진 = 한승원 소설가]


한승원 소설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번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승원 소설가는 “우리 딸의 문장은 아주 섬세하고 한국어에는 나름의 독특한 감각이 있다”며 “(한강 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가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한국인의 인맥 관계를 번역하는 데 실수를 하긴 했지만 한국어의 맛깔스러운 감각을 번역해낸 적임자였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이 아름다운 문장이라든지,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한 세대 위가 아닌 후세대(젊은 작가)에게 상을 줬다”고 평했다.

한승원 소설가는 작가 한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라고 말했다. 그는 “(딸이) 여려서 큰일을 당하면 잠을 못 자고 고민한다”며 “어젯밤에도 새벽 3시에나 잠을 잤다고 한다. 몸이 건강해야 소설을 끝까지 쓸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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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가 11일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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