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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수도권 정비사업 ‘틈새시장’ 노리는 중견 건설사… ‘저가 수주’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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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주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던 중견 건설사가 수도권 내 정비사업 수주전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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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침체로 부진했던 중견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전 참여가 활발해진 모습이다. 이들은 주로 시공사를 구하기 어려운 현장에 비교적 저가 공사비를 제시하는 방식을 택한다. 시공자 찾기에 난항을 겪었던 사업지의 공사 진행이 빨라진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나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오르면 공사비 증액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진흥기업은 서울 송파구 가락7차현대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됐다. 지하 3층~최고 26층, 2개 동 113가구가 들어설 계획인 이 단지 공사금액은 약 470억 원이다.

같은 달 진흥기업은 중랑구 묵동장미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도 참여했으나 동부건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동부건설과 진흥기업은 3.3㎡당 공사비로 각각 739만 원, 751만 원을 제시했는데, 총 공사비로 보면 동부건설 시공 시 77억 원을 아낄 수 있어 조합원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동부건설의 이번 수주로 약 2년 만에 정비사업 건설에 다시 뛰어들게 됐다.

서울 외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관찰됐다. 지난달 HJ중공업은 경기 남양주 남양아파트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에서 HL디앤아이한라와 접전 끝에 시공권을 따냈다. 공사비는 900억 원 규모로 총 303가구가 조성된다.

같은 달 한양은 고양시 행신 1-1구역 재개발을 수주했다. 지하 2층~지상 24층 10개 동, 700가구 아파트를 건립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180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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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행신1-1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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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와의 기존 도급계약을 깨고 중견사를 선택한 조합도 적지 않다. 성북구 장위 11-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7월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SG신성건설과 손을 잡았다. 이들은 2021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현대건설이 계약 당시 3.3㎡당 약 630만 원 수준이던 공사비를 897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조합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올 초 현대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한 후 새 시공사를 찾아 나섰다. 신성건설이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현대건설 대비 137만 원 낮은 760만 원이다.

마포구 합정동 447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이달 말 시공자 선정을 안건으로 하는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현장 또한 2021년 현대건설과 3.3㎡당 공사비 640만 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 현대건설은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종전보다 30% 높은 989만 원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 4월 1100만 원으로의 증액을 다시 한번 요구하며 조합과 충돌이 벌어졌다.

현대건설과 조합 측은 수차례 합의를 진행했으나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시공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시공사 재선정 입찰에 참여한 곳은 진흥기업과 이수건설이다.

대형 건설사가 사업비 1조 원대 대규모 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하며 규모가 작거나 입지적 장점이 부족한 주택정비사업에 중견사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들은 낮은 공사비로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내 브랜드 확장을 위해 미래 수익을 줄이는 방식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 A씨는 “수주를 안 하더라도 회사 운영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있으니 수익이 좀 덜하다는 점을 감안하고 작은 규모의 정비사업을 수주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분쟁 가능성은 여전히 산재한다. 올 상반기 주요 중견 건설사 10곳의 평균 원가율은 94.3%로 3년 전 같은 기간(87.4%) 대비 7%포인트(p)가량 올랐다. 원가율 상승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떨어뜨려 차입과 부채비율 증가로 연결돼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29.71로 전년 동월 대비 1.82% 올랐다. 2021년 8월보다는 15% 이상 높은 수치다. 건설 필수 자재와 인건비가 꾸준히 상승했음을 고려하면 일부 건설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착공 시점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주는 말 그대로 전쟁이라 어떤 수단을 써서든 일단 시공권을 따기 위해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는 건설사가 있을 수 있다”며 “나중에 설계나 물가 등에 변동이 생기면 조합과 분쟁이 생길 수 있기에 처음부터 계약서에 증액 요건을 명확히 적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중견 건설사가 비교적 저렴한 공사비로 도급계약을 따내는 것과 제시한 공사비로 실제 공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라며 “대형사 대비 자본 기반이 취약하기에 오히려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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