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소비자 판매, 인니 무역 규정에 위배"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테무 로고(오른쪽)와 최대 90% 할인 표시가 나타난 휴대폰 화면.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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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의 자국 진출을 막았다. 중국산 저가 상품이 밀려들어올 경우 중소기업 등 자국 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0일 안타라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부디 아리 세티아디 인도네시아 통신정보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서 “테무는 인도네시아 경제, 특히 중소·영세 업체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운영 허가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무는 ‘초저가 마케팅’을 앞세워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60개국 이상에 진출했다. 올해 7월 태국을 시작으로 필리핀(8월)과 말레이시아(9월)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하기 위해 2022년 9월부터 최근까지 2년간 세 차례나 등록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인도네시아가 테무의 진입을 경계하는 것은 소상공인·중소기업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지 정부는 판매상이나 배송업체 등 이해관계자를 없애고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직접 인도네시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테무 사업 모델이 자국 무역 규정에 어긋난다고 본다.
중국산 저가 상품이 범람할 경우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인도네시아 중소기업을 쥐어짤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숨기지 않는다. 부디 장관은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사회를 더 생산적이고 수익성 있는 곳으로 만들 것으로 채워져야 한다”며 “제멋대로 놔두면 우리 기업이 파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테텐 마스두키 중소기업·협동조합부 장관 역시 “테무가 틱톡숍보다 더 큰 위협이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전자상거래 기능을 결합한 틱톡숍으로 이커머스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틱톡숍은 2021년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해 급성장했다. 이후 오프라인 판매자들이나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피디아와 같은 자국 업체들이 위축되자 현지 정부는 지난해 틱톡숍 영업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의 ‘엄포’에도 테무가 시장 문을 계속 두드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정책 자문회사 글로벌카운셀의 지아위 리 중국 시장 담당 수석연구원은 “인구가 2억8,000만 명에 달하고 가격에 민감한 특징을 가진 인도네시아 시장의 매력과 잠재력을 고려할 때, 테무가 진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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