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하루 앞두고 지적…11개월 연속 내수 부진 진단
금리인하 실기론… 8월 기준금리 인하 주장하기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주된 원인으로 고금리를 지목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늦었다는 실기론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금리 인하 굳히기에 나선 모습이다.
KDI는 10일 '10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내수 부진 장기화로 체감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8월 건설기성(공사 실적을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은 전년 동월 대비 9.0% 감소해 전월(-5.2%)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그러면서 고금리를 내수 부진 원인으로 꼽았다. KDI는 "서비스 소비 증가세에도 고금리 기조로 소매 판매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8월 소매판매는 1.3% 감소해 전월(-2.2%)에 이어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갔다. 승용차(-4.1%), 가전제품(-4.4%), 통신기기·컴퓨터(-14.1%) 등 대부분 품목이 부진했다. 다만 서비스 소비에서 감소세를 지속하던 숙박·음식점업이 8월에는 보합을 기록하는 등 완만한 반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내수 지표인 투자에 대해서도 암울한 진단을 내놓았다. KDI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기계류는 낮은 증가세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건설투자 전망을 두고는 "건설기성 감소세가 지속됐으며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단기간에 내수가 살아나기도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KDI는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의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내수를 제약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내수 회복까지 3~4개 분기가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KDI가 내수와 관련해 부정적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연속이다. 특히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개최(11일)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KDI는 지난 8월에도 고금리에 따른 내수 부진을 이유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8월 인하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5월 전망 때 이미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8월에 금통위가 있어 그때도 충분히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DI가 국책연구기관인 점을 감안하면 경기 진단 등에 정부 측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한은 총재 입장에서도) 금리 결정을 할 때 외부 요인에 대한 제약이 없어졌고 국내 상황을 봐야 한다고 했기에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아주경제=권성진 기자 mark1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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