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점진적 인하 ‘무게’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택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사라졌다. 지난달 빅컷을 결정했을 당시 내부에선 ‘빅컷과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을 두고 공방이 치열했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되면서다. 예상보다 탄탄한 고용시장도 인하 속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9일(현지시간) 공개된 9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some)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선호했다”고 언급했고, “소수(a few) 다른 위원은 그런 결정을 지지할 수 있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Fed는 지난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춘 4.75~5%로 결정했다.
그동안은 투표권을 지닌 미셸 보먼 이사 홀로 지난달 FOMC에서 소폭(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빅컷’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의사록을 통해 실제 회의장에선 보먼 이사 외에도 0.25%포인트 인하를 선호했던 위원들이 복수로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사록엔 표결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외에도 투표권이 없는 구성원의 발언도 실린다. FOMC 구성원은 Fed 이사와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까지 모두 19명이다.
베이비컷을 주장했던 위원들은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임을 근거로 내세웠다. 의사록에선 “소수(a few)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첫 인하의 폭보다도 전반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가 통화정책의 제한 정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더욱 중요하다고 언급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들은 소폭으로 금리를 인하한 뒤, 경제가 더 악화할 경우 조정 속도를 높이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통화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면 전체적으로 과도한 수요가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촉발될 위험이 있다”며 “금리 인하 행보를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OMC 위원들의 엇갈린 시각을 확인하면서 ‘점진적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린다. 지난달 미국의 ‘깜짝’ 고용 성적표에 11월 빅컷 기대는 제로(0)에 가깝다. 미국의 9월 비농업 취업자 수는 25만4000명으로 시장 예상치(15만명)를 크게 웃돌았다. 탄탄한 고용 성과에 경기 침체 우려는 잦아들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4시 기준 81.2%에 이른다. 반면 빅컷에 나설 확률은 일주일 32.1%에서 현재 0%로 떨어졌다. 오히려 동결 가능성(18.8%)에 투자자의 베팅이 는 게 눈에 띈다.
시장의 관심은 10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렸다.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인 상황에서 물가가 들썩이면 Fed의 통화정책 경로가 바뀔 수 있어서다. 일단 시장은 CPI가 전년 대비 2.3%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8월의 2.5% 상승률(전년 대비)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의미다.
의사록 속 위원들의 의견 대립에도 미국 주가지수는 날았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03% 오른 4만2512에 마감했다. 역대 최고가다. S&P500지수는 전날보다 0.71% 상승해 올해 44번째 신고가인 5792.04를 기록했다. 중동 정세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다만,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 국채값은 하락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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