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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세상 읽기]주 4일제 실험, 비판과 대안 궤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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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과 경기도가 쏘아 올린 노동시간 단축 실험은 5년 후 어떻게 평가될까. 예견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시간을 새롭게 되찾기 위한 사례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사실 노동이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은 노동시간의 규율이다. 세계인권선언에 ‘일할 권리’ 다음에 ‘쉴 권리’가 명시된 것은 이유가 있다. 산업혁명 시기 일터에서 노동자 건강이 훼손되지 않도록 규제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노동시간 단축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고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자본과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을 반대하거나 주저한다. 이들의 반대 논리나 명제는 세 가지다. 우선 노동시간 단축 자체의 반대다.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 하락과 직결되고 인력 충원 등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는 신념이 존재한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 훼손이나 산업재해 등은 경미한 수준으로 치부한다. 다음은 노동시간 정책의 정당화 논리다. 현행 주 40시간 규정이나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펼친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부 특정 집단만 적용 혹은 혜택만 있다는 것인데 낙수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노동자 임금 감소까지도 걱정해 준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1784년 영국 의회에선 ‘1일 10시간 근로’가 거부되었다. 1800년대 다섯 차례의 공장법이 제정되면서 1일 12시간 이상 일을 시키는 아동노동 착취 방지도 5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주 40시간을 사회적으로 달성할 기준’으로 제시한 협약도 100년 후의 일이다. 이 시기 우리도 아픈 상흔을 갖고 있다. 1970년 10월7일 경향신문은 ‘골방서 하루 16時間 노동’이란 제목의 전태일 열사를 다뤘다.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대안 부재나 냉소적 태도들이다. ‘노동의 인간화’나 ‘보람된 일터’를 위한 노동시간 체제는 하나의 이상적 모델로 특정한다. 대안을 부정하고 국가나 사회적 개입을 문제시한다. 더 많은 이윤 추구를 보장하는 특례 조항은 불가피성을 피력하면서 자본 중심의 유연근로가 일과 삶의 균형 모델인 것처럼 호도한다. 사실 주 4일제가 논의되는 현재나 20년 전 주 5일제 논의 당시를 되짚어보면 변한 것이 없다. 당시 경제위기와 기업 도산부터 월요병과 이혼율 증가 그리고 지역 소멸론까지 다양한 논리들이 여과 없이 언론을 통해 전파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표준적 시간의 정의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실험에 희망을 갖는다. 벨기에는 전 세계 최초로 주 4일제 청구권을 시행 중이고, 아이슬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는 국가 차원에서 실험을 했다. 영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의 몇몇 지자체에선 주 4일제 실험의 효과성을 확인하고 있다. 직원 퇴직률과 번아웃 감소가 대표적이다. 특히 기피 업무에서의 신규 채용 증가나 시민 불만 감소 등 생산성과 직결된 결과들도 확인되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선 노사정이 주 4일 실험 추진과정에서 워킹그룹을 만들어 모니터링하고 있다. 영국 아톰은행, 독일 적십자병원, 파리 교통공사까지. 업종과 기업 규모 등 다양한 곳에서 주 4일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도 경험적 사례 속에서 대안을 찾고 이행 프로그램을 모색할 시점이다. 세브란스병원의 주 4일제 실험만이 아니다. 경기도에서는 2025년부터 3년 동안 노동시간 단축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약 50곳의 중소기업이 대상인데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최초의 노동시간 정책실험이다. 당연히 효과성 이외에도 여러 따져볼 사항들이 산적할 것이다. 다만 낡고 오래된 목록들 이외에 산재·병가 감소로 인한 기업 유인도 같이 따져보자. 개별 노동자의 퇴직 감소로 인한 국가 차원의 실업급여 지출 감소라는 사회경제적 효과도 검토되면 좋겠다. 주 4일제 서두를 필요 없이 꾸던 꿈 미루지 않고 준비하여 좋은 모델을 만들면 된다.

경향신문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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