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신념 버리고 권력추구로 위기 키워
尹, 영부인 리스크 놔두면 통치능력 의심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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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영부인 리스크를 안고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위기관리가 급선무였다. 어느 정부에서나 영부인 문제는 위기 신호로 통했다. 그런데도 개의치 않는 김건희 여사를 보며 국민들은 놀랐고, 관리하지 않은 권력에 질겁했다. 위기는 위기로 인식할 때 관리되는 법이다. 윤 정부는 그러나 위기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가운데 김 여사는 서슬 퍼런 권력의 한 축으로까지 작용했다. 모든 게 대통령의 아내에게 귀결되는 '사필귀처(事必歸妻)', 이 비정상은 결국 정권을 흔드는 사태로 돌아오고 있다.
5공 시절에도 영부인 리스크를 방치하다 정권의 화근을 만든 적이 있다. 1982년 장영자 어음사기 사건의 핵심이 이순자 리스크였다. 신기하게 지금의 집권세력과 달리 5공의 살기등등한 신군부는 영부인 리스크에 침묵하지 않았다. 정통성 없는 정부의 위기로 판단, 전두환의 역린까지 마다하지 않고 건드렸다. 정권 2인자 허화평, 허삼수는 친인척 공직사퇴와 여사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다 권력에서 쫓겨나야 했다. 하물며 군인도 결기를 보인 것인데, 지금 정권의 소위 친위 세력에선 이런 기개는 찾아보기 어렵다.
검찰정권답게 곳곳이 검찰 출신으로 채워지며 권력의 과실을 향유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게 허화평 같은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5공 때처럼 권력 눈밖에 나 떠돌이 신세로 전락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보다 처음의 신념을 버리고 권력 추구의 속성만 강해진 모양새다. 수사권과 기소권까지 쥐고 침묵만 하는 것을 달리 설명할 수는 없다. 영부인에게 온정적인 5공의 오판이 지금 정부에서 소환되고 있는 것도 그런 탓이 크다.
도이치모스터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검찰은 4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 최근 무혐의를 흘리고 있다. 누가 봐도 논란의 출장조사로 공정성이 훼손된 수사 결론을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정의에 도달하는 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은 바로 공정성이다.” 지난 정권에서 선배 검사에게 “당신이 검사냐”며 ‘상갓집 항명’을 했던 친윤 검사장도 이런 말을 했다. 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수사는 정권 이후 가혹한 결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5공 때 전두환이 덮은 부인 리스크도 3년 뒤 12대 총선에서 되살아나 야권 약진을 가져왔고 이는 87년 6월 항쟁의 초석이 되었다.
온 나라를 덮고 있는 영부인 리스크보다 더 급한 위기는 따로 있다. “여사만 사라지면 다 정상화 되나”라는 지적처럼 민심이반, 공직사회의 이반은 심각하다. 정치 브로커마저 ‘하야와 탄핵’을 협박하며 대통령을 가벼운 존재로 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동남아 순방 중 나온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면 국가는 잘 돌아가고 있고, 의료개혁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누가 봐도 이는 사실에 대한 설명이기보다 믿음에 더 가깝다. 보수 인사들마저 박근혜 정부에 분노했으나 윤 정부에는 체념했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의구심 때문이다.
미국 학자 존 미어샤이머는 국가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 권력자는 지배자가 아닌 상호 이해와 합의를 형성하는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은 측근의 국정농단 문제도 있지만 그로 인한 통치의 무능이 드러난 책임이 더 컸다. YS와 DJ 정부는 자식들의 국정농단, 비위에도 통치능력을 의심받지 않았다. 사람들은 지금의 많은 의혹이 김 여사와 관련돼 있지만 그것이 시정되지 않는 것에 더 당혹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계속해 영부인 리스크를 방치한다면 통치 능력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tg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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