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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내부진단을 토대로 조직혁신과 인사쇄신을 추진하는 데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앞서 "단기적 해결책 대신에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직혁신 초점이 고대역폭 메모리(HBM)처럼 단순히 돈이 되는 기술 하나가 아닌,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에 맞춰져 있다는 메시지다.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서서히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기술력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1년 이상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조사별 생산능력·수율·생산효율 모두를 고려할 때 내년도 HBM 시장 성장의 수혜를 과점할 기업은 SK하이닉스가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메모리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평균 PC용 D램 범용제품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17.07% 급락했고, 메모리카드와 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가격은 11.44% 하락한 상태다. 전 부회장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준비하는 이유다. 그는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의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이 구상한 체질 개선 방안은 오는 11월 전후로 있을 인사 발표와 조직개편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크게 △인사 시점을 앞당겨 긴장감을 불어넣고 △개발과 생산 부서 간 협업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발광다이오드(LED) 등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을 철수하고 △불필요한 행사는 축소하며 △'반도체인 신조' 개편을 통해 정신무장을 가다듬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전 부회장이 올 5월 취임한 이후 경영효율을 끌어올리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영진단을 시행했다. 일부는 이미 조직을 개편했다. 반도체연구소에 있는 D램·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 칩 연구개발 부문을 원래대로 사업부 내 개발실 산하로 이동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설비기술연구소를 포함한 R&D 조직을 현장라인에 상시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현장 제조라인과 R&D 조직 간 유기적 협조를 통해 문제점을 빠른 속도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2020년 DS부문에 최고기술관리자(CTO)직을 신설하고, 핵심 R&D 조직인 반도체연구소와 설비기술연구소를 CTO 산하에 통합 배치했다.
반도체연구소는 차세대연구실, 차세대공정실, 로직실, 플래시실, D램실, 공정개발실 등을 두고 있고, 설비기술연구소에는 각 설비개발 담당을 배치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삼성 반도체의 두뇌 조직으로 불린다. 당시 삼성전자는 더 크게는 설비기술연구소, 반도체연구소,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간 R&D 시너지를 통해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구상했다. 하지만 문제점이 하나둘 불거지면서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연구소 인력들이 개별 공장 요구에 맞춰 파견되는 형식으로 협업을 진행하다 보니, 현장과 개발 인력 간 괴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LED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인력을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무장 방안도 가다듬고 있다. 1974년 반도체 산업 진출 이후 50년간 이어져온 '반도체인의 신조'를 개편하고자 임직원 의견수렴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반도체인 신조는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처럼 반도체 임직원이 어떤 마음가짐과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알려주는 10가지 항목이다.
아울러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반도체 파운드리 포럼을 이달 말 온라인으로 열기로 했다. 삼성 파운드리 포럼은 핵심 협력사에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알리는 행사다. 그만큼 파운드리 부문의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12월 7일로 잡혀 있던 삼성 반도체 50주년 기념 행사 역시 오프라인으로는 열지 않기로 했다. 또 성과가 불명확한 미래 투자 분야도 재검토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와 함께 추진한 인공지능(AI) 가속기 '마하' 개발 중단이다.
[이상덕 기자 /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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