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의 부실 대응도 도마에…"신분 노출 우려해 신고 꺼리기도"
미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 청사 |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미국 연방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에서 벌어져 온 성폭력 사건들이 최근 법원 심리를 통해 외부에 드러나고 있다고 CNN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버지니아주 북부 법원과 워싱턴DC 법원은 CIA 내부 관계자들에 의해 '뿌리 깊은 문화적 폐단'이라고 묘사된 다수의 성폭력 사건을 1년 넘게 심리해왔다.
CIA 본부가 있는 버지니아주 법원에서는 두 건의 CIA 관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워싱턴 DC의 연방 판사는 지난달 수십명의 여성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CIA 요원에 대해 징역 30년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폐쇄적인 CIA에서는 최근에도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폭로가 지속되고 있으며, 최소 한건의 폭로로 수사관이 해고되기도 했다.
CNN과 3명의 소식통이 입수한 소장에 따르면 한 젊은 CIA 여직원은 상급자가 총을 들고 집에 찾아와 성관계를 요구한 뒤 위협 차원에서 직장 내에서 칼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문제를 일으킨 상급자는 해고됐다.
또 다른 여직원은 자신이 최근까지 유럽에서 근무했던 한 수사관에게 성적 가해행위를 당한 최소 5명의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피해 상황은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해당 국가 주재 미국 대사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있다.
문제의 수사관은 피해자를 고의로 성병에 감염시켰다는 혐의도 받고 있는데, 관련 혐의가 입증되면 버지니아 주법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CIA의 여성 미투 폭로자들은 의회 소관 위원회에 출석해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과 성 학대에 대해 비공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CIA 감사관이 작성하고 의회 조사관이 검토한 60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성 비위 주장에 대한 CIA의 심각한 부실 대응 문제도 발견됐다.
이후 CIA는 지난 1년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성폭행 및 성희롱 민원 전담 부서를 만들고 수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법 집행관도 고용했다. 요원의 신분을 포함해 기밀이 유출되지 않는 상태에서 성범죄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 CIA는 성 비위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내부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CIA의 직장 내 성폭력 발생률은 미국 전체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CIA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모라 번스 등에 따르면 응답자의 28%는 CIA에 근무하는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성적으로 적대적인 업무 환경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9%는 지난 12개월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또 응답자의 7%는 원하지 않는 성적 접촉이나 폭행을 적어도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보고했고, 1%는 지난 1년간 그런 경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원하지 않는 성접촉 경험을 토로한 응답 비율은 미군의 경우 6.8%, 미 연방정부 기관 전체로는 0.5% 미만이었다.
직장 내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미국 여성 평균 응답 비율은 5.6%다.
번스 COO와 윌리엄 번스 국장을 포함한 CIA 고위 간부들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피해 신고에 따른 신분 등 정보 노출을 우려하고 있다.
신입 수사관들은 입사 직후부터 신분 등 정보 은폐 교육을 받는데. 이런 상황은 관리자가 성폭력 신고를 잘못 처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되고 또 이에 따라 신고를 꺼리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번스 국장은 지난달 CIA 성희롱·성폭행 대응 및 예방 사무소 책임자와 공개 면담에서 "나는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하라, 정보 은폐는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말한다"면서 "아직도 그 문제에 대해 망설임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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