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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위기론 반영했나···삼성전자, ‘최고 직장’ 1위 자리 5년 만에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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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삼성전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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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직장’ 1위 자리를 5년 만에 빼앗겼다. 최근의 반도체 경쟁력 약화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각종 위기론과 안팎의 우려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10일 포브스가 발표한 올해 ‘세계 최고의 직장’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마이크로소프트(1위)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2위)에 밀렸다.

삼성전자에 드리워진 여러 난맥상이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상반기에는 실적을 회복하는가 싶었지만, 전날 공시된 3분기 영업이익(잠정치)은 9조1000억원으로 증권가 예상치(10조원)에 미달했다.

위기의 진원지가 생각보다 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이 HBM 수요를 촉진했지만 삼성전자는 대형 납품처인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에 통과하지 못하면서 그 과실을 누리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라 10나노미터급 6세대(D1c) 공정에서도 수율(양품 비율) 확보에 고전하는 등 ‘본업’인 D램에서도 경쟁사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직원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성과급 불만 등으로 지난 7월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1969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사 갈등은 아직까지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지난 5월 기흥사업장에서는 직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당하는 사고가 났으며 인도 가전공장은 한 달째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기대 이하의 3분기 실적을 내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명의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이에 조직 쇄신과 인력 감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 때 반도체 부문 임원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사업은 비교적 순항해왔으나, 지난 7월 출시한 갤럭시 Z폴드·플립6의 판매 부진 탓에 올해 3분기 MX사업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조원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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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포브스 조사에서 한국 기업은 물론 아시아 기업 중에서도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의 약진은 최근 급격한 AI 산업 성장에 힘입은 측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순위 하락은 이 회사의 ‘비전’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해당 조사는 단순히 복지·급여만이 아닌 기업의 비전·혁신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이나 미래 기업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희석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2개 이상 대륙에서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직원 30여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들은 회사를 가족·친구에게 추천할 것인지 여부와 급여, 인재 개발, 원격 근무 등 기준에 따라 각자의 회사를 평가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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