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고령층 독감과 백신 접종
’표준 백신보다 항원 4배 많아… 폐렴-심혈관 질환 등도 예방
건강한 식생활-체력 관리 필요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는 독감 고위험군으로 감염 시 연쇄적인 염증 반응이 초래돼 합병증 발생과 입원 위험이 크다.
2020년 기준 독감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의 80% 이상은 65세 이상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독감 예방접종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면역 노화로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줄어들어 새로운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최준용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에게 고령층의 독감 감염과 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고령층이 특히 독감에 취약한 이유가 무엇인가.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흔히들 독감을 감기나 다른 호흡기 질환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독감은 그 자체로 폐렴이나 심혈관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해 입원과 사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령자는 면역 시스템 노화, 신체 쇠약, 기저질환 등으로 독감에 걸리면 폐렴과 같은 합병증과 입원 위험이 많이 증가하고 이는 높은 사망률로 이어질 수 있다.”
―독감 백신을 맞아도 감염되는 사람이 많다.
“백신의 예방 효과는 100%가 아니다.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독감의 예방 효과는 매년 다르다. 독감 항원과 그 절기에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일치하지 않으면 백신 효과가 감소한다. 어떤 절기에는 20% 정도의 효과만 나타나고 감염 예방 효과가 높은 절기도 60% 수준이다. 고령자는 나이가 들면서 전반적인 면역 기능의 퇴화로 선천면역과 후천면역 반응이 모두 감소한다. 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를 효과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저하돼 있다. 따라서 같은 백신을 맞아도 예방 효과가 건강한 성인보다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고령자 독감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해외 선진국 보건 당국에서는 고령자에게 높은 항체 수준을 유도할 수 있는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우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고령자 독감 백신에 대한 가이드는….
“대한감염학회에서는 6개월 이상의 소아와 성인은 모두 매년 독감 백신을 맞도록 권고하고 있다. 독감 합병증의 위험이 큰 고위험군이나 이들을 돌보거나 함께 거주하는 사람은 우선 접종 대상이다. 2023년 성인 예방접종 개정안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독감 감염과 연관된 입원, 합병증 예방을 위해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에는 고용량 독감 백신과 면역증강 독감 백신이 있다.”
―고령자 대상으로 권고되고 있는 고용량 독감 백신과 면역증강 백신의 차이점은….
“현재 국내 허가된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 고면역원성 백신은 표준 용량 독감 백신 대비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한 고용량 독감 백신과 면역증강제를 포함한 백신이 있다. 고용량 독감 백신은 표준 용량 백신 대비 4배 더 많은 항원을 포함해 높은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통해 기존의 표준 용량 백신 대조군 대비 높은 독감 예방 효능을 입증했다. 후속 임상 연구에서 기존 표준 용량 백신에 비해서 인플루엔자 유사 질환,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 폐렴, 심혈관·호흡기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났다. 면역증강 독감 백신은 면역증강제를 첨가해 면역반응 크기와 폭, 기간을 개선하고 높은 면역 효과를 유도하는 백신이다. 면역증강 백신은 최대 1년까지 면역원성을 유지할 수 있어 가을, 겨울과 봄까지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고면역원성 백신 2종 모두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비급여로만 접종이 가능하다.”
―고용량 백신 접종 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나.
“고용량 독감 백신은 총 항원 용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접종 후 가장 흔하게 발생한 부작용은 주사 부위의 통증 등이었으나 대부분은 발생 후 3일 이내 사라졌다.”
―노인 독감 예방을 위한 주의 사항은….
“고령자는 감염에 취약하다. 또한 많은 고령층이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과 같은 노인성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크다.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하고 매년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기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복용 약을 꾸준히 먹고 의사 상담 없이 임의 중단하지 않는 등 기존 치료 계획을 계속해서 준수하도록 한다. 면역력 관리를 위해서는 평소 건강한 식생활 습관과 체력 관리도 필요하다. 독감 유행 시기에는 가능한 호흡기 감염병 증상자와 접촉을 피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평소 자주 손을 씻고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지 않는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이 있다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독감 감염 시 입원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고 입원 기간도 길다. 이는 곧 의료비 증가 문제를 가중하며 병상과 인력 등 보건 의료 시스템에도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 독감 감염으로 인해 개인과 보호자가 경험하는 신체적, 정신적 측면의 부담도 크다. 제도적 지원을 통해 고령자가 최선의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좋겠다.”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