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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사설]거간꾼인지 협잡꾼인지 ‘듣보잡’ 인물에 놀아난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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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명태균 씨가 6일 동아일보에 보내온 사진. 명 씨는 5일 경남 창원의 한 식당에서 취재팀과 만나 3시간 30분간 인터뷰를 했지만 장소 여건상 사진 촬영은 이뤄지지 못했다. 6일 취재팀이 사진을 보내줄 수 있냐고 문의하자 명 씨는 이 사진을 보냈다. 실제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명태균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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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일 폭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7일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 되겠나”라고 검사에게 묻겠다고 했던 명 씨는 8일엔 “아직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며 “대선 때 내가 한 일을 알면 모두 자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입을 열면 윤석열 정권이 위험해지니 건들지 말라는 협박성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것이다.

앞서 명 씨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선 대선 당시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나 국무총리를 추천했다고 했고, 자택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명 씨의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허풍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건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며 경남 지역에서 활동해 온 명 씨가 “명 박사”라는 호칭까지 들어가며 대선 후보 부부를 만나 정치적 조언을 한 것은 물론 중앙의 유력 정치인들과도 교분을 맺어온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진 이들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의원 등 한둘이 아니다. 서울시장 선거나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을 앞둔 시점이라고 한다.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메신저 역할도 했다고 하니 우리 정치가 이런 ‘정치 거간꾼’에 의해 놀아날 정도로 후진적 수준이란 건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건 대통령실의 석연치 않은 대응이다. 명 씨 논란에 대해 한동안 침묵하던 대통령실은 8일 ‘대통령이 대선 전에 명 씨를 자택에서 두 번 만난 적은 있으나 친분은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만 내놨다. 명 씨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법적 대응에 나서든지 해야 할 텐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 이러니 대통령실도 명쾌히 대응할 수 없는 다른 곡절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이 명 씨를 처음 만난 게 이준석 전 대표를 통해서라고 했지만 이 전 대표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했고, 김종인 전 위원장은 언론 통화에서 “김 여사가 명태균 휴대전화로 ‘남편을 만나 달라’고 했다”며 2021년 7월 윤 대통령 부부를 처음 식당에서 만났을 때 명 씨도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명 씨의 역할이 진짜 뭐였는지, 대선 이후에도 김 여사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명 씨와 소통을 이어왔는지 등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듣보잡 브로커’에 의해 정치판이 휘둘렸다면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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