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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연명치료 받지 않겠습니다” 작년 7만명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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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불능 임종 직전’ 의사 판단에 치료 중단 환자 5년새 2.2배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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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을 앞두고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지난해 연간 7만 명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 20%를 넘어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 후 5년 만에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7만720명으로 존엄사법 시행 첫해인 2018년(3만1765명)의 2.2배가 됐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6%에서 20.1%로 두 배가량이 됐다.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면 먼저 회복 가능성이 없고 임종 직전이란 의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후 환자나 환자 가족이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같은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 중 절반가량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했거나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경우였다.

‘마지막 존엄을 지키고 싶다’며 아프기 전 미리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사전의향서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시스템에 등록한 사람은 2018년 10만529명에서 지난해 57만3937명으로 5.7배가 됐다. 누적으로는 올 6월까지 총 244만1805명이다. 조정숙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나이를 먹으며 ‘웰다잉’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5명 중 1명은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만큼 연명의료 중단은 앞으로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삶, 억지로 연장 안해”…5년간 38만명 연명치료 거부하고 떠나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나 각종 의료장비를 몸에 매달고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62)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이유를 묻자 “부부 모두 건강에 문제는 없지만 부모님 건강이 나빠지면서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지 고민하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씨는 또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 연명치료 안 받은 사망자 5년간 33만 명

이 씨 부부처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9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 동안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숨진 사람은 총 32만7097명에 달한다.

지난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숨진 환자는 7만720명으로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2018년의 2.2배가 됐다. 올 상반기(1~6월)에도 3만4433명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세상을 떠났는데 이는 해당기간 사망자 19.4%에 해당한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고 의사 2명이 판단한 경우 ‘임종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연명의료 중단 의사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의사를 물어 확인하는데 이 씨 부부처럼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의사가 이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사전의향서가 없는 경우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어야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사전의향서도 없고 환자 의식도 없는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이나 환자 가족 구성원의 합의 중 하나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244만 명이 사전의향서 등록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키고 싶다’며 미리 사전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올 상반기까지 244만1805명에 달한다. 사전의향서 작성을 위해선 전국에 지정된 등록기관 687곳(지난해 말 기준)을 찾아 상담한 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시스템에 올리면 된다.

전문가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경우 미리 가족 등과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전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환자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등의 강력한 반대로 연명의료 중단이 이뤄지지 않는 일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 명예교수는“평생 쌓아온 인간관계를 잘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충분히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고 자신의 뜻을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만큼 존엄사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 회장은 “통증 완화가 되지 않는 말기 암 환자 등 조력 자살을 희망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시절 존엄사법 통과를 주도한 원혜영 웰다잉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치료해 회복될 수 있다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목숨만을 연명하기 위한 치료는 인간다운 품위 있는 죽음을 막는다”며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문화를 통해 현재 삶의 의미를 더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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