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경쟁 그만" 최윤범 압박한 MBK…속내는 '같은 값이면 승산'
이복현 경고 이튿날 '승자의 저주' 우려 강조…최윤범 대응 주목
고려아연, 11일 공개매수가 상향 '분수령'…"경영권 방어에 최선"
장형진 영풍 고문, 연합뉴스와 인터뷰 |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이슬기 기자 =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9일 전격적인 '가격 경쟁 포기' 선언은 사실상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에 '승자의 저주' 책임론을 떠넘기면서 공개매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승부수로 해석된다.
과열 경쟁 및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명분 삼아 최 회장의 공개매수가 인상을 막을 수 있다면 같은 가격에서 승산이 있고, 설령 최 회장이 공개매수가를 추가 인상하더라도 '승자의 저주' 책임론을 제기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풍·MBK 연합의 이 같은 발표 직후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내고 "MBK·영풍은 적대적 공개매수를 10월 14일까지 유지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적법하게 철회하라"고 맞대응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이 공개매수 종료일(10월 14일)을 닷새 앞두고 더 이상 공개매수가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투자자들을 향해 '14일까지 공개매수에 응하라'는 유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취재진 질문 듣는 영풍 사장 |
MBK는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고려아연 측 자기주식취득 공개매수 가격 인상이나 영풍정밀[036560]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에 상관 없이 고려아연·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입장문에서 MBK는 추가적인 공개매수가격 인상은 회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MBK의 이 같은 결정은 값비싼 기업 인수 비용이 궁극적으로 회사를 망가뜨리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우려가 깊어진 가운데 나왔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한 경고성 발언으로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는 정점을 찍었다.
이 원장은 전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하고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MBK로서는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공개매수에 대한 금융당국과 여론의 우려를 일단 가라앉힌 셈이다.
아울러 최소 매수 수량 조건을 없앤 만큼 추후 고려아연 주주가 되는 MBK에 더 이상의 가격 인상은 실익이 없다는 점, 내부 검토 결과 영풍[000670]이 제기한 2차 가처분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점 등도 MBK가 전격적인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던 배경으로 거론된다.
기자회견 연 영풍 |
무엇보다도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최 회장 측에 '가격 경쟁 포기'에 동참하라는 강한 압박감을 주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금융 당국의 강도 높은 경고가 나온 이후에도 최 회장 측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면, 추후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여론의 화살은 최 회장 측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시장 일각에서는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 양측의 주식 매수 가격은 같지만, 매수 기간과 세금 등을 고려하면 영풍·MBK 연합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액 투자자에게는 고려아연의 공개 매수가 유리할 수 있지만 대형 투자자라면 영풍·MBK 연합의 공개 매수가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투자자들이 오는 14일로 공개 매수 기간이 먼저 종료되는 영풍·MBK 연합 측에 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입장 밝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시장과 재계 안팎의 눈은 고려아연이 지분 매수 경쟁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오는 11일 또는 14일에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 매수 가격을 변경할지에 쏠려 있다.
특히 오는 11일은 고려아연이 오는 23일까지인 자사주 공개 매수 종료 기간을 늘리지 않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 매수 가격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점에서 분수령으로 꼽힌다.
물론 국가기간산업이자 비철금속 제련업 1위 위상을 지닌 고려아연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차입을 일으키며 재무 부담을 가중하는 것은 최 회장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베인캐피털에 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담보로 제공하면서까지 경영권 수성에 사활을 걸었다.
결국 최 회장이 1주라도 더 매집하기 위해 '공개매수 추가 상향'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일단 고려아연은 이날 공개매수가 인상 여부에 대한 입장이나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했다.
고려아연은 금감원이 경고한 '과열 경쟁'을 주도한 것은 고려아연이 아니라 MBK·영풍 연합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13일 사모펀드인 MBK가 가세하면서 양측의 지분 매입 경쟁이 격화됐고, 영풍·MBK 연합이 두 차례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했지만 고려아연은 한 차례 인상에 그쳤다는 점에서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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