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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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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느냐, 살아남느냐'..."중소형 보험사 설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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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추이/그래픽=이지혜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을 갖춘 대형 보험사들이 공격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중소형 보험사의 위기의식도 높아진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함께 향후 보험업권은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 중형 보험사는 이달부터 건강보험 관련 시책(판매수수료 외 보너스)을 전달보다 600% 더 높였다. 연초부터 대형 생명보험·손해보험 할 것 없이 공격적으로 시책을 걸고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서자 맞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책은 주로 GA(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하는 데 상품 판매 수수료 외에 별도 보너스를 받을 수 있어 더욱 적극적으로 해당 상품 판매에 나서게 된다.

연초부터 CSM(보험서비스마진) 확보를 위해 대형 보험사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면서 중소형사의 시장 점유율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주요 손해보험사의 장기손해보험계약 누적 숫자를 보면 삼성화재가 지난해말 부터 올해 6월말까지 17.7%를 유지하는 반면 흥국화재는 4.6%에서 4.45%로 0.15%P(포인트) 줄었고, MG손해보험도 1.69%에서 1.61%로 0.08%P 낮아졌다.

건강보험 시장은 대형 생보사들도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이 밀리는 중소형사의 입지는 향후 더욱 좁아질 수 있다. GA 소속 설계사들 입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대형사 보험 상품을 팔기가 용이한데다 시책까지 높였기 때문에 대형사 상품 판매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서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대형사 과점 현상이 두드러진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4개 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84.7%에서 매년 늘어 올해 6월 말 기준 85.4%까지 높아졌다. 반면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중소형사 5개 사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0%에서 8.2%로 1.8%P 낮아졌다.

생 손보 할 것 없이 '빅5'에 들지 못하면 도태되고 결국에는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인구 변화와 함께 보험 시장의 성장성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재 중형보험사 CEO들이 상위 몇 위권 진입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영업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향후에는 인수합병이 더욱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MG손해보험은 매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수의계약 입찰에 참여한 메리츠화재에 팔릴 경우 우량 자산만 인수합병되고 회사는 사라지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롯데손해보험도 매물로 나와 주인을 찾고 있으며 동양생명·ABL생명도 금융당국의 우리금융 인수 승인이 떨어지면 시간을 두고 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생명·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등 보험업권에서 영향력이 미미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는 지주의 판단에 따라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GA 채널에서 중소형사가 소외당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자회사 GA를 별도로 설립하는 추세인데 GA도 대형화되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진행하는 보험개혁회에서 이뤄지는 중요한 정책 논의에도 중소형사 관계자는 빠져 있다"면서 "대형사 위주로 정책이 이뤄져 중소형사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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