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군종실장 현혜스님… 내년 1월 해외서 첫 명상 수련
“스트레스 많은 특수집단임에도
무기-전술 훈련 외 마음챙김 소홀
국내보다 편한 명상 위해 美 선택”
현혜 스님은 “군인은 전쟁이라는 가장 비인간적인 상황을 전제로 훈련하고 생활하기에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명상은 그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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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생도들은 일반 젊은이들이 갖는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과 함께 장교 지망생이라는 특수한 신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동시에 갖고 있어요. 그만큼 ‘마음 챙김’이 더 필요한데, 그동안은 소홀히 여겨 온 면이 많지요.”(현혜 스님)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내년 1월 미국을 방문해 명상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육사 생도들이 해외에서 명상 수련을 받는 것은 창설 이래 처음.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육사 군종실장 현혜 스님(화랑호국사 주지·중령)은 5일 서울 노원구 육사 군법당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군은 장교는 물론이고 생도들도 일반인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훨씬 많은 특수집단”이라며 “그런데 군사 교범이나 교육의 90% 이상이 무기, 전술 등 유형 전력에 대한 부분이고, 마음 챙김 등 정신적인 부분은 거의 없어 미국 방문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문지는 다음 달 중 생도들과 협의해 명상 연구와 강의 등 이론적 토대가 발달한 미국 브라운대, 매사추세츠대 등 동부지역이나 구글처럼 명상을 회사에 도입하고 명상센터 등 일상생활에서 접목이 활발한 서부지역 중 한 곳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는 겨울방학 중 10∼15일 정도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며, 경비는 육사와 화랑호국사가 지원한다.
선명상은 지난달 대한불교조계종이 국제선명상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야. 하지만 현혜 스님은 국내가 아닌 미국을 택한 이유에 대해 “명상의 목적을 분명하게 정하고, 그에 맞춘 수련 과정이 체계적으로 잘 개발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명상 프로그램은 대체로 종교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대중화했다고 해도 여전히 참선이나 깨달음의 영역이 큰 데 따른 것. 이로 인해 교육과정으로 프로그램화하기가 쉽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하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에서는 명상의 목적을 ‘스트레스 해소’로 명확하게 정해 가르치고 배우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한다. 세계적인 명상 전문가 존 캐벗진 미 매사추세츠대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만든 8주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마음 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MBSR은 첫 주에 ‘건포도 명상’이란 걸 한다. 건포도(다른 과일도 무방)를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미각으로 각각 주의 깊게 느끼는 과정인데 이를 통해 사물을 전과 다르게 새롭고 자세히 보려고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연습을 시킨다. 그리고 이 각각의 작은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인식을 사람, 감정, 대상으로 확산시키는 훈련을 한다.
현혜 스님은 이제는 생도나 장교들이 ‘마음의 힘듦’을 내색하는 행위를 ‘사관생도답지 못한’, ‘장교답지 못한’ 나약한 행동으로 여기는 사회와 군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은 전쟁이라는 가장 비인간적인 상황을 전제해 훈련하고 생활하기에 역설적으로 가장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아직은 본격적으로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명상이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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