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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미장’ 잡은 토스, ‘만년 적자’ 카카오에 압승 [맞수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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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MTS 기반 증권사 | 토스증권 vs 카카오페이증권


한발 늦게 출범한 토스증권이 먼저 웃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대 신흥 주자인 토스증권과 카카이페이증권 경쟁에서 토스증권이 앞서가는 모양새다. 토스증권은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캐시카우로 올라섰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역시 만년 적자인 모회사 카카오페이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두 증권사 고객 기반은 MTS를 이용하는 개미 투자자다. 이들 거래에 따른 수수료가 실적을 좌우한다. 두 회사 희비를 가른 키워드는 해외 주식 수수료다. 최근 몇 년 새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해외 주식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토스증권은 ‘주린이’ 입맛에 꼭 맞춘 앱 구성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후발 주자지만 대형 증권사 순위 다툼까지 벌일 만한 위상으로 뛰었다. 토스증권은 연내 미수거래를 시작하는 가운데 리테일 사업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 해외 주식 시장점유율은 미미하다. 카카오페이증권이 해외 주식 거래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토스증권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이 고객 기반을 늘리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토스증권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생겼다.

매경이코노미

토스증권은 카카오페이증권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흑자전환에 먼저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미국 증시 상승에 힘입어 3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사진은 김승연 토스증권 대표이사 기자간담회 장면. (토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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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300억원대 영업이익

카카오, 여전히 100억원 적자

토스증권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751억원이다(개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1%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06억원, 343억원으로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2023년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흑자다. 토스증권은 이미 지난해 1년간 벌어들인 매출액 86%를 달성했다. 반면 영업비용은 전년 대비 43% 늘어나는 데 그치며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토스증권은 2021년 출범 첫해 783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2022년 322억원 손실로 그 폭을 줄였다. 그러다 2023년 연 단위 순이익(15억원)을 내며 출범 3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다.

토스증권 흑자는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로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연결 기준 1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94억원, 순손실은 201억원에 달한다. 다만,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1000억원을 넘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적자가 크게 줄었다. 세전이익으로 보면 본사인 비바리퍼블리카를 비롯해 토스페이먼츠, 브이씨엔씨, 토스플레이스, 토스모바일 등 계열사들은 손실만 내는 중이다. 반면 토스증권이 300억원대 이익을 내며 적자를 메꾸는 데 기여했다.

카카오페이증권 상반기 매출액은 57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또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96억원, 19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적자폭을 60억원 줄이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100억원대 적자는 부담스럽다. 특히 모회사 카카오의 가입자 기반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2020년

2월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설립한 이래로 계속 적자 상태다. 모회사이자 대주주인 카카오페이 실적에도 부담이다. 카카오페이는 연결 기준 16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증권 계열사에서 나온 영업손실이 없었다면 흑자전환도 가능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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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서학개미 공략 성공

카카오, 토스의 10분의 1 수준

두 회사 전략은 대체로 비슷하다. 일단 고객 기반이 같다. 개인 투자자가 주요 타깃으로 중개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토스증권과 달리 개인금융 이외 법인·기관 고객 대상 위탁매매, 기업금융 업무 자문 서비스 등 홀세일 사업을 운영하기는 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카카오페이증권의 인수·자문 수수료 수익은 5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원앱(One App) 전략을 쓴다는 점도 같다. 원앱이란 하나의 앱에 여러 기능과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전략이다. 두 앱 모두 MTS 기능을 도입하기 전부터 송금 결제 서비스로 이용자를 모았다. 이후 별도의 앱 설치 없이 기존 앱을 활용해 MTS 기능을 제공했다.

두 앱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차이가 있다. 토스증권의 압승이다. 지난 8월 안드로이드 이용자만 집계한 토스의 MAU는 1137만명, 카카오페이증권은 377만명이었다(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 증권사 MTS 중 각각 1위와 2위지만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토스증권이 다소 늦었지만 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발 빠르게 주식 거래 서비스를 내놓으며 고객 선점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페이가 2020년 2월 공식 출범했다. 2021년 3월 출범한 토스증권보다 1년 빨랐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출범한 지 약 한 달 만에 증권 계좌 50만개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잔돈을 모아 펀드에 투자하는 ‘동전모으기’ 서비스를 선보이며 소액 투자로 당시 증권 거래에 익숙하지 않던 초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2021년 8월에는 계좌 개설 5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식 거래는 2022년 2월에서야 베타 서비스를 실시했고 같은 해 4월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때문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개인 투자자들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토스증권은 출범 초기부터 곧장 주식 거래 서비스를 도입하며 개인 투자자를 모았다. 토스증권의 고객 선점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이 갈랐다. 토스증권 사용자가 올 상반기 해외 주식을 사고판 거래대금은 68조7785억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집계된 전체 해외 주식 거래대금의 16%를 차지한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리테일 절대 강자 키움증권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거래대금 점유율이 높아지자 수수료 수익이 급증했다. 올 상반기 토스증권의 외화증권 투자 중개 수수료는 659억원으로 지난해 337억원 대비 92%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주식 투자자를 겨냥한 토스증권 전략이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한다. 2021년 12월 해외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소수점거래, 주식모으기 등의 서비스로 해외 주식 투자층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상반기 내내 국내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 증시가 급등하며 실적이 좋아졌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은 토스증권만큼 ‘서학개미’ 마음을 사지 못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상반기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 성장률도 165%로 작지 않다. 그러나 금액 기준으로는 토스증권과의 격차가 여전하다. 관련 수익은 56억원으로 토스증권이 벌어들인 금액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시장점유율 역시 1%대에 머무른다.

카카오페이증권도 편리한 UI를 구축해 편리함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MTS 서비스 시행 당시 증권업 최초로 주식 간편주문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고, ‘라이언’ 등 카카오톡의 IP(지식재산권) 캐릭터도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톡 내에서 주식 거래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식 거래 등 MTS 핵심 서비스를 늦게 시행한 게 패착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용자들은 대체로 사용하던 MTS를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서비스 시작을 서두르는 게 필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이 카카오가 한창 인기를 끌었을 때 서비스를 내놨다면 지금보다 높은 선점 효과를 누렸을 것”이라며 “인터페이스 역시 토스증권보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도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두 증권사 모두 국내 주식 중개에서는 갈 길이 멀다. 토스증권의 상반기 국내 주식 중개 수수료는 99억원, 카카오페이증권은 20억원에 불과하다. 키움증권 등 이미 탄탄하게 고객층을 형성한 기존 증권사와 경쟁하기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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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증권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 주식 수수료에서 토스에 크게 밀린다. 사진은 카카오페이증권 사무실. (카카오페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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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도 토스가 앞서

리서치센터 만들어 리테일 확장

금융업에서 미래 수익 가늠자로 활용하는 ‘예수부채’ 역시 토스증권이 앞서간다. 예수부채에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묶어둔 예탁금이다. 토스증권 투자자 예탁금은 9861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성장했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전년 대비 64% 늘어난 8032억원을 기록했지만, 토스증권과 1800억원가량 차이를 보인다.

증권사 경쟁력으로 꼽히는 자기자본에서도 토스증권이 앞선다. 토스증권은 자기자본을 지난해 말 1612억원에서 올 상반기까지 1992억원으로 키웠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 자기자본은 1917억원에서 171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건전성은 카카오페이증권이 낫다. 카카오페이증권의 레버리지비율은 159%를 기록한 반면 토스증권은 455%로 집계됐다.

토스증권의 리테일 영역 확장 전략이 두 증권사의 실적 차이를 넓힐지도 관심사다. 토스증권은 지난 7월 해외 채권 서비스를 시작했고 하반기 중 해외 주식 미수거래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최근 리서치센터도 출범시켰다. 법인이 아닌 개인 투자자가 타깃이다. 토스증권은 이용자가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활용하고, 자사 MTS를 통해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리포트를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업 분석이나 종목 리포트도 미국 시장을 우선시할 예정이다. 첫 리포트 주제 역시 ‘왜 미국 주식인가’로 개인 투자자에게 미국 주식이 유리한 이유를 3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영곤 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가 센터장을 맡는다. 이지선 전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한상원 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등이 합류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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