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다가 급성 골수 백혈병에 걸렸다. 제련소 옆 나무가 다 죽어가고 있었다. 직접 나오는 공기를 먹어가면서 일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밥을 못 먹게 돼서 점점점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영풍그룹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은 진현철 씨(73)가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진 씨는 업무 환경에 대해 "얼마나 (냄새가) 심하면 밖에 나가지 말고 그냥 대기실에 있으라고 했다. 더 심할 때는 마스크를 써봤자 소용이 없었다"며 작업장에서 200미터(m) 떨어진 곳의 소나무가 고사하고 흙이 흘러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근무 시간은 8시간"이었지만, 쉬는 시간에도 공장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진 씨는 석포제련소 하청 노동자로 2009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약 6년 9개월간 아연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용액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필터 프레스 업무를 맡았다. 그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노출됐으며, 지난 2017년 3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에 진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지난 2021년 6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작업환경 결과를 근거로 '진 씨가 유해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법령상 기준보다 낮다'며 산재 불승인을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22일 진 씨가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 불승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업장이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작업환경 평가가 진 씨가 일한 지 수년이 지난 2021년 한 차례 실시됐다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진 씨의 증언에 국감장은 숙연해졌다. 여야 할 것 없이 석포제련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석포제련소에 대해 "상당히 질이 나쁜 회사"라며 "석포제련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임 의원은 김완섭 환경부 장관에게 "석포제련소 폐쇄 관련 조항을 검토해 환노위 종합감사(종감) 때까지 의원실로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김 장관에게 "인사 청문회 당시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며 "취임 후 조취를 취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석포제련소에서) 이번에 카드뮴 사고가 났다"며 "그건 조치하고 조사해서 다른 조치 등을 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 달 1군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기준치 이상인 0.189~1.013mg/S(표준세제곱미터)가 검출됐다. 카드뮴은 1군 발암물질로 석포제련소와 같은 시설에서 대기 배출로 허용되는 양은 '0.1mg/S㎥(표준세제곱미터) 이하'이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청문회 당시 "석포제련소가 환경오염을 반복해서 일으키고 근로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환경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환노위는 석포제련소 문제와 관련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장 고문은 환노위 증인 채택 하루 전날 일본으로 출국해 '도피성 출장' 의혹을 받고 있다.
의원들은 "국회 무시", "국민 기만 행위"라며 장 고문을 종감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종감 날 장 고문을 다시 증인으로 채택하고, (그래도) 나오지 않는다면 동행명령장 발부를 포함해 고발 조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최근 9개월간 3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2월 6일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숨졌으며, 3명이 상해를 입었다. 올해 3월에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졌으며, 8월 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이에 법원은 지난 8월 29일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을 중대재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10년간 환경 관련 법을 120여 차례 위반했으며, 그로 인해 90차례 넘게 행정 처분을 받았다.
▲ 경북 봉하 영풍 석포제련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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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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