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기술 혁신으로 거듭나길
삼성전자가 2024년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삼성전자는 이날 개장 전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21% 증가한 79조원, 영업이익은 274.49% 늘어난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사진=뉴시스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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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기론이 엄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8일 공시한 3·4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79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지난 2·4분기에 10조원을 겨우 넘겼으나 1분기 만에 도로 한자릿수 영업이익으로 내려갔다.
공급자 주도로 물건을 많이 팔았지만 가격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12∼16주로 증가한 게 3·4분기 영업이익에 타격을 줬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이날 잠정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장의 이례적인 사과 발언 자체가 삼성의 긴장감을 반영한다.
4·4분기와 내년 시장 상황이 더 문제다. 반도체 시장에 혹한기가 몰아친다는 산업환경 비관론이 더욱 우려된다. 이번 삼성전자의 실적악화가 이런 비관론의 전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지난달 미국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겨울론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내린 바 있다.
문제는 삼성의 위기 원인을 반도체 위기론이라는 외부환경 변수에서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삼성전자 외에 다른 글로벌 반도체 경쟁업체들은 실적 면에서 훈풍을 타고 있어서다. 이달 말 3·4분기 실적발표를 예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삼성의 반도체 부문을 추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SK하이닉스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기존 주력 매출처였던 범용 D램, 낸드 시장의 수요부진을 겪고 있다.
그러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세계 선두를 달려 기존 매출처의 수요부진을 만회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도 HBM 판매 호조에 시장 예측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오히려 삼성 내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요가 견조하고 이익률도 D램보다 크게 높은 HBM 시장에서 삼성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삼성의 5세대 HBM3E 제품이 여전히 엔비디아의 품질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문제에 봉착하면 스스로 솔루션을 찾아내던 예전의 삼성 모습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6만원 선이 흔들리고 있다. 주가 부침은 기업의 내부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는 점을 그대로 반영한다.
첨단기술 산업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경제안보 시대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이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 그리고 국부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초격차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해 창의적 혁신이 발현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전 부회장이 언급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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