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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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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용 로봇, 동물만 사는 야생 섬에 떨어지다…드림웍스 30주년 기념작 ‘와일드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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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와일드 로봇>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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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에서 동물이 동물답게 그려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체로 야생에서의 삶과 죽음, 약육강식의 법칙은 흐릿하게 묘사되고 대신 선과 악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서사가 펼쳐진다. 지난 1일 개봉한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은 나름의 최선을 다해 야생의 세계를 그리려 시도한다.

주인공 ‘로즈’는 로줌 7134라는 제품명으로 나온 서비스 로봇이다. 서비스 로봇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존재한다. 인류가 만든 최고의 추론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즈는 상대가 제시한 과제를 어떻게 해서든 완수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문제는 어딘가로 배송 중이던 로즈가 허리케인으로 인해 야생의 섬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진다.

서비스를 받아야 할 인간은 한 명도 살지 않는 섬에서 로즈는 자신을 써 줄 대상을 찾아 헤맨다. 섬의 동물들은 부드러운 털도, 이빨도 없는 매끈한 로즈를 적대한다. 로즈는 탑재된 프로그램의 딥러닝 기능을 통해 동물의 언어를 터득하고, 이들의 행동을 모방해가며 야생에서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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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봇>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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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봇>은 다른 동물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야생의 법칙’을 유머러스하게나마 피하지 않고 다룬다. 극 초반 로즈는 해일을 피해 절벽을 타야 하는 상황에서 옆에 있던 게의 움직임을 모방해 살아남는다. 겨우 해일을 피한 로즈가 게를 살며시 집어 들자마자, 갈매기가 냉큼 게를 채간다. 게는 아마 갈매기의 한 끼 식사가 됐을 것이다. 많은 수의 자식을 돌보느라 지친 주머니쥐는 어디선가 포식자의 공격을 받은 자기 새끼의 비명이 들리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제 자식이 하나 줄었네’ 라고 말하고, 그 새끼가 만신창이가 돼 살아 돌아와도 딱히 기뻐하지 않는다.

로즈는 곰의 공격을 받아 도망치던 중, 기러기 둥지 위로 추락해 알을 품고 있던 기러기를 죽인다. 로즈는 둥지에 있던 알 중 유일하게 깨지지 않은 알에서 깨어난 기러기에게 ‘브라이트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돌본다. 로즈가 이 기러기를 돌보는 이유는 가족을 죽였다는 미안함 때문이 아니라, 주머니쥐가 ‘얘를 돌보는게 네 과제’라고 지정해 줬기 때문이다. 야생의 본능에 따라 로즈를 공격한 곰도 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로즈는 자신을 엄마로 여기는 브라이트빌을 먹이고, 수영과 비행을 가르쳐 겨울이 오기 전 섬을 떠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여기서도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야생의 질서가 강조된다. 극 중 로즈와 브라이트빌의 조력자 역할인 여우 핑크는 약한 새끼 기러기는 몇 달 안에 죽을 수도 있으니, 너무 정 주지 말라고 말한다. 애니메이터들이 동물 해부학까지 공부해 만들어냈다는 동물별 움직임도 사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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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봇>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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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브라운의 동명 아동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에 기초한 설정이긴 하지만, 극한 한파로 겨울잠을 자다 다 같이 얼어 죽을 위기에 처한 육식·초식동물들이 갑자기 ‘휴전’하고, 사이좋게 지내기 시작하는 극 후반의 내용은 다소 갑작스럽다. 극 중반까지 일관되게 가져갔던 애니메이션의 ‘와일드’한 특색을 반감시킨 점이 아쉽다.

애니메이션에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했다. 드림웍스에 입사한 1호 한국인 애니메이터인 허현 3D 모델링 책임자(감독)는 주인공 로즈의 디자인을 맡았다. ‘친근하되 사람 같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에 맞춰 ‘어린아이’의 얼굴 비율에 따라 로즈의 얼굴을 그리고, 몸통은 아이도 따라 그릴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원의 형태로 만들었다. 배우 루피타 뇽오가 목소리를 연기한 로즈는 시종일관 감정을 알기 어렵도록 높낮이가 일정한 기계적인 어조로 말한다. 허 감독은 이런 로즈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비싼 카메라 렌즈’ 같은 눈도 만들었다. 카메라 조리개가 좁아지고, 넓어지면서 로즈의 감정을 나타낸다. 작품의 배경 작화를 총괄한 박혜정 디지털 매트 아티스트는 “제일 재미있게 작업한 영화 중 하나”라며 “작은 화면보다는 큰 화면으로 볼 때 더 좋은 장면들이 많아 꼭 영화관에서 관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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