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로 국내 증시가 박스피를 연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동학개미 대신 서학개미를 타깃으로 미국 상품 개발과 거래 수익 높이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화증권수탁과 해외파생상품을 통해 수익을 가장 많이 낸 증권사는 키움증권으로 총 1402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1191억원을 기록했고, 미국 주식 주간거래 시장을 처음으로 열었던 삼성증권이 933억원, 한국투자증권이 605억원, 토스증권이 659억원, NH투자증권이 520억원의 수익을 냈다.
증권사들의 미국 주식을 중심으로 한 해외 증권 및 파생상품 수수료 수익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키움증권 1207억원, 미래에셋증권 776억원, 한국투자증권 423억원, NH투자증권 397억원, 토스증권 337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2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미국 증시는 장기 우상향한다는 믿음이 강해지면서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 거래를 더욱 선호하자 증권사들은 ‘서학개미 고객 모시기’에 더욱 열을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아폴로(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코튼우드(미국 부동산전문투자회사) 등 미국 주요 금융투자회사와 각각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 중이다.
올해 이미 미국 앵커리지캐피털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사업 확대를 위한 협업 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한투증권은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고객을 타깃으로 미국 투자 관련 파생상품을 연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규모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과 해외 크레디트 상품 판매를 위한 MOU도 체결했다.
토스증권의 경우 지난달부터 미국 주식 시장을 주제로 한 리서치센터를 출범했다. 첫 리포트 주제도 '왜 미국 주식인가'로 개인투자자에게 미국 주식이 유리한 이유를 3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올해 영입한 연구원도 모건스탠리 출신이다.
자산운용업계 역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다우존스 등 미국 지수를 기초로 한 월배당 상품 출시 경쟁을 했던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올해에는 해당 지수를 기초로 한 커버드콜 ETF를 출시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장 이탈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은 계속되는 추세”라며 “국내 큰손들은 물론 2030세대 역시 해외 주식을 선호하고 있어 이들을 퇴직연금 가입까지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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