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시발점이라뇨? 선생님 왜 욕하세요”…교사 90% “학생들 문해력 더 떨어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교사 92% “문해력 더 떨어져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아”

시험문제 자체를 이해 못해
결국 학습능력 저하로 이어져

문해력 붕괴 주요 원인으론
스마트폰·독서부족 등 꼽혀한국교총


매일경제

(사진은 위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세종대왕 동상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업 중에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설명하니 저더러 왜 욕하냐고 하더라고요.” “체험학습 일정에 ‘중식’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4학년 학생이 오늘 자장면 먹느냐고 물었습니다.”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고가 다리’는 비싼 다리라고 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청소년 문해력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한글날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의 문해력 부족으로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경험’을 물으니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세로로 서 있는데 왜 ‘가로등’인지 묻거나,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하는 학생도 있었다. 곰탕을 동물 곰을 사용해 만드는 줄 알고 ‘우리나라에 곰이 그렇게 많냐’고 질문하거나, ‘경기력 저하’에서 ‘저하’가 왕세자를 지칭하는 줄 아는 학생도 있었다. 이부자리를 별자리 중 하나로 생각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녹음(綠陰)을 녹음기로 이해하거나, 두발자유화 관련 토론에서 두발이 두 다리인줄 아는 학생처럼 문해력 부족이 심각한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총은 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발표했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떠하냐’는 물음에 교원 10명 중 9명은 “저하됐다”고 답했다.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은 절반에 가까운 48.2%에 달했다.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30.4%나 차지했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조차 곤란한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21.4%나 됐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사들은 “개념이 아니라 단어 뜻을 가르쳐야돼 진도 나가기가 너무 힘들다”, “시험을 치는 중에 단어 뜻을 물어 난감하다”, “학생들 뿐 아니라 학부모도 가정통신문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등 답답함을 털어놨다.

교원들은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된 원인으로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첫 손에 꼽았다. 이어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독서활동 강화’(32.4%)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 등이 꼽혔다.

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한자 교육 또는 국어에서 쓰이는 한자어 교육이 부족할 수 있다”며 “디지털 기기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깊은 사고나 토론이 이뤄지기 어려운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총은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향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과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가가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분석을 진행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과사용 문제를 해소하는 법·제도 마련 및 독서, 글쓰기 활동 등을 강화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