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연설서 "전투 안 쉴 것" 찬물
1년 내내 바이든 패싱해 온 네타냐후
"애초부터 협상 생각 없었을 것" 해석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대결이 전면전으로 치닫기 직전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추진했던 '3주 휴전안'이 타결 직전 막판에 좌초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헤즈볼라는 협상을 원했고, 중재국인 미국과 레바논 정부가 이를 보증했지만, 돌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암살에 나서면서 완전히 판이 깨졌다는 것이다.
협상 타결 직전 입장 뒤집은 이스라엘
미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협상 과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련 당국자들을 인용,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이 나스랄라를 겨냥한 공습을 벌이기 전까지 "휴전 계획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더 진전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미국과 프랑스, 유엔 등이 휴전을 처음 논의한 것은 지난달 17, 18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른바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탄' 공격을 벌인 직후였다. 양측이 전면전에 한 발짝 다가선 시점이었다.
휴전안 내용은 △3주간 교전 중단 △국경지대 헤즈볼라 병력·무기 철수 △가자지구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등이 골자다. 미국 측에선 아모스 호치스타인 대통령 중동 특사가, 레바논에선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이 중재자로 나서서 각각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를 설득하는 방식이었다.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달 25일. 이스라엘과 대화를 맡은 호치스타인 특사가 레바논 측에 "이스라엘이 휴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달하면서였다. 이날 호치스타인 특사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레바논의 나지브 미카티 총리, 압달라 부 하비브 외무장관과 뉴욕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이스라엘·헤즈볼라 양측 모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이날 회동 분위기는 낙관적이었다고 한다.
여기에 베리 의장이 미카티 총리에게 전화해 "헤즈볼라도 휴전에 동의했다"는 약속을 전했다. 그러자 이날 밤 바이든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휴전안 내용을 직접 공개했다.
그 뒤 과정도 순조로웠다. 하루 뒤 미카티 총리는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서 "헤즈볼라가 휴전안에 서명키로 했다, 레바논은 이 휴전안을 지지한다"고 공언했다. 이스라엘의 최종 결단만 남은 상태에서 밤늦게 "이스라엘은 미국이 주도하는 계획의 목표를 공유한다"는 네타냐후 총리실의 성명이 나오면서 낙관 분위기는 정점에 달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분위기가 차갑게 식는 데에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유엔 연설에 나선 네타냐후 총리가 "(군사 작전을) 쉬지 않을 것"이라며 전투 지속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휴전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이 모습에 "미국과 프랑스 관리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공습을 단행해 나스랄라를 암살하면서 협상 결렬에 쐐기를 박았다.
"이스라엘, 애초부터 협상 생각 없었을 수도"
회담에 관여한 당국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돌연 협상을 뒤집은 이유를 놓고 '내각 강경파들로부터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 '나스랄라를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해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애초부터 네타냐후가 미국과의 휴전 논의에 진지하게 임할 생각이 없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가자지구 전쟁 내내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 압박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유대계 표와 아랍계 표가 모두 필요한 바이든 행정부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도 다수다. 미 CNN방송은 "(이스라엘로 인해) 국제 무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권위는 상당히 약화됐고, 외교 정책 우선순위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