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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단독]택시 독점 오명 벗으려는 카카오···'콜 몰아주기' 논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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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모·티머니 개방형 택시호출 플랫폼 합작법인 12월 설립

공정위 724억원 과징금에 논의 급물살

모든 가맹 택시 입점시키고 수수료 낮춰

시장 점유율 낮추면서 가맹 사업은 지속

티머니, 결제에서 모빌리티 중심 사업 재편

과징금 의식한 생색내기 아니냐는 지적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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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와 티머니의 합작법인 설립은 ‘카카오T’의 독점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카드다. 카카오T가 택시 시장의 96%를 장악한 독점 구도를 완화하면서 정부와 업계에 상생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택시 요금·면허를 관리하는 서울시는 간접적으로 플랫폼 택시 감독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수료 관리, 승차 대란 해소 등 택시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머니 간 합작 논의는 2년 전 시작됐으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독점 논란이 심화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티머니는 이미 최대주주(36.16%)인 서울시를 비롯해 LG CNS(32.91%), 에이텍모빌리티(9.50%) 등 주요 대주주의 동의를 구했으며 다음 달 5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20%의 소액주주 의견까지 취합해 최종 결정한다.

공정위는 이달 2일 카카오모빌리티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724억 원을 잠정 부과하고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 호출 시장의 96%를 점유한 카카오T의 지배력을 악용해 경쟁 사업자 소속 기사에게 돌아가는 일반 호출을 차단한 혐의다. 또 배차를 조건으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제휴 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소속 택시기사의 호출을 차단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택시는 바이크·주차·대리운전·퀵·배송과 더불어 카카오T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족쇄 같은 존재다. 택시 호출 서비스에 법인·운전기사의 생계가 달려 있고 승객들은 호출 지연 등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수년째 카카오모빌리티에 비난의 화살이 쏠렸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매출 부풀리기’ 혐의까지 받고 있는 데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독점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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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는 독점 비판을 의식해 공공성이 짙은 티머니의 신설 법인 참여를 결정했다. 시내버스·지하철·택시·공유자전거 등 서울 대중교통 정산은 모두 티머니 시스템 기반으로 이뤄진다. 서울시가 통제하는 티머니 주도로 개방형 택시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면 특정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배차가 이뤄질 수 있고 특정 가맹점에 배차를 몰아준다는 의혹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카카오T 위주로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했던 고객들은 티머니의 대중교통 플랫폼인 티머니GO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티머니가 공공 모빌리티 영역에서의 강점을 갖춘 만큼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사업 협력을 통해 수익화 방안을 찾기보다는 공공 영역에서의 기여에 방점을 둔다. 플랫폼이 출범하면 이용자들은 모든 가맹택시를 한곳에서 호출할 수 있게 되고 업계는 과도한 가맹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독점 플랫폼의 횡포’ 지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공공 교통 투자로 시민 편의성을 높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존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공공 교통 인프라 고도화, 외국인 포함 신규 수요 확보를 통한 국내 관광 활성화 등에 대해 찾아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T의 일반·가맹 택시가 티머니GO로 옮겨가면 전체적인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수는 있으나 가맹 사업 강화 등으로 타격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 일반 택시는 호출료나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며 “일반 택시는 티머니GO 중심으로 하고 카카오T에서는 카카오T블루 등 가맹택시 사업을 중심으로 강화하면 매출 타격을 줄이면서도 독점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매출 타격을 입은 티머니 입장에서도 이번 합작을 통해 결제 시스템 위주였던 사업을 모빌리티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기간 승객이 급감하면서 티머니는 2020년(260억 원)부터 2021년(84억 원)까지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티머니 최대주주인 서울시 입장에서도 개방형 택시 플랫폼의 등장이 택시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그동안 티머니에서 수집한 대중교통 이용 정보를 통해 버스나 지하철 정책을 짰지만 택시의 경우 티머니GO의 ‘온다’ 정보만 파악할 수 있어 택시 대란과 같은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으로 티머니GO에 모든 택시들이 입점하게 될 경우 택시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승차 대란을 예방하고 손님 골라 태우기와 같은 행태를 차단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티머니GO가 얼마나 택시 사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여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생색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승차 거부 관행이 계속된다면 고객들이 우선 배차가 가능한 카카오T를 계속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짙은 서비스가 나오더라도 또 다른 민간 플랫폼이 등장할 경우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배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자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 앱을 잇따라 출시했지만 민간 애플리케이션(앱)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유명무실해진 사례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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