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투자자 예탁금은 52조704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0일 50조829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2조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 2일과 9월 30일에는 예탁금이 56조원을 넘기며 2주 만에 6조원 넘게 늘어나기도 했다. 이는 지난 8월 7일(56조5838억원) 이후 최대치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찾지 않은 돈이다. 주식 투자에 언제든지 동원될 수 있는 자금이라 주식 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감소하던 예탁금이 최근 늘어난 것은 국내 증시가 장기간 횡보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하,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 등 대외 요인들이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도 위축된 내수,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등을 이유로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7월 11일 2891.3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 곡선을 그렸다. 7일 코스피 지수는 1%대 상승 마감했지만, 고점 대비로는 9.7% 떨어졌다. 8월 5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여파로 2441.55까지 떨어진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 현재는 2600선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지난 7월까지 800선에 있다가 최근에는 700선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유예로 기울어지는 모습 또한 증시 상승 기대를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이렇게 국내·외 환경이 증시 회복에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투자자의 대기성 자금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달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미리 자금을 옮겨놓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하는 기업은 총 22곳으로,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유가증권시장에는 케이뱅크, 더본코리아 등 2곳, 코스닥 시장에서는 셀비온, 노머스, 씨메스 등 20곳의 일반 청약이 예정돼 있다.
특히 대어로 꼽히는 케이뱅크, 더본코리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이들의 흥행 여부에 따라 내년 초까지 공모주 시장 열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케이뱅크는 오는 21~22일, 더본코리아는 이달 24일부터 25일까지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이 진행된다.
이미 지수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도 많다. 최근 한 달(9월 6일~10월 7일)간 개인은 코스피 지수 상승의 2배를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 ETF를 145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개인 순매수 1위다. ‘KODEX 200′도 378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일단 외국인의 매도세가 잡혀야 증시 상승 기반이 다져질 것으로 전망한다. 외국인은 한 달간 국내 주식을 6조49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만 골라 파는 모습인데, 오는 8일 잠정 실적 발표에서 어떻게든 (매도) 추세가 멈추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G2(미국과 중국)에서 경기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고 있지만, 국내 증시로 온기가 확산되기까진 더 강한 계기가 필요하다”며 “경기민감 업종보다는 통신, 유틸리티 등 경기 방어적 업종이 아직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했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