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024년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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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시작한 국토교통부 국정감사가 ‘당근마켓’ 논란으로 파행을 빚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오전 질의과정에서는 여·야 의원간의 다툼과 고성이 12분간 이어졌으며, 오후 질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20여 분간 감사가 중단됐다.
사건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관용차량을 중개플랫폼 ‘당근’에 매물로 올렸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윤 의원은 국감 현장에서 당근마켓에 올라온 검은색 카니발 차량 사진을 띄운 뒤 박 장관에게 “(장관님 차량이) 5000만원에 판매한다고 당근에 나와있다. 이거 올린 적 있느냐”고 물었다.
권한 없는 사람도 최소한의 정보만 알고 있으면 타인명의 주택이나 차량 등을 당근마켓에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 장관으로부터 어떠한 정보사용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박 장관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저에게 양해를 받고 하신 거냐”로 물었지만, 윤 의원은 이와 관련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윤 의원은 “차량 번호와 소유주 이름만 있으면 (당근마켓에서) 매물등록이 가능하다고 해서 했고,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면서 “당근마켓에서는 부동산, 차량 등 고가 물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자동차는 소유자 이름과 번호 정도만 알면 바로 입력이 가능하다. 차량은 옵션, 주행거리, 차량사진, 판매가격 등 4가지만 입력하면 누구나 등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 사진은 사실 장관님의 차가 아니고 인터넷에 떠도는 카니발 사진을 그대로 올린 것인데, 그래도 등록이 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중고거래플랫폼 문제는 국토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지만 질의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답변을 마무리했지만,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윤종군 의원님이 질의하시면서 당근마켓에 국토부 장관 차를 본인이 직접 올렸다고 말했는데 이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이라며 “아무리 국감장이라 하더라도 본인 동의도 없이 문서를 위조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느냐”라고 항의했다.
“경각심 주려고” vs “의원이 불법행위”
맹성규 위원장이 “초반에 (장관 차량을 윤 의원이 직접 올렸다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아니라고 정정했다”고 대신 해명했으나, 일부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불만섞인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당 의원들은 “불법을 하면서까지 국감을 하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 “국감에 불법이 허용되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런 내용이 국민들에게 나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도 맞받아 치며 고성이 이어졌다.
윤종군 의원은 결국 “사진은 인터넷에 떠도는 같은 차종의 카니발 차량 사진을 그대로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장관의 차량 번호를 도용한 것은 맞지 않느냐”라고 다시 항의하기 시작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게시한 당근마켓 사진. 국회방송 화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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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 역시 “장관 이름과 차량번호가 국가보안사항이냐”며 반박했으나, 야당의원들도 “장관 차량 번호와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용산 대통령실 불법 증축 의혹과 관련해 파행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가 엉뚱한 ‘당근마켓’ 때문에 파행을 빚게 된 것이다.
이날 당근마켓 사건은 오후질의까지 이어졌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의원을 대표해 “당근마켓의 폐해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법적으로 보면 (당근마켓 장관차량 정보 게시는)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아무리 의도가 선하다고 하더라도 위법적인 방식으로 국감을 진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윤종군 의원은 “차량번호 등 정보는 국회 의정자료 시스템을 통해 공식적으로 받았고, 전화번호는 보좌관의 번호를 입력해 현재 올라가 있는 차량이 장관 차라는 것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허위매물이 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한 것인데 몇몇 여당의원들이 동료의원 발언에 전자문서 위조라는 표현 쓰신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결국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또다시 오가기 시작했고, 오후 질의는 시작하지도 못한 채 국토부 국감은 20여 분간 정회하고 말았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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