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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기자수첩] 말 많고 탈 많은 '세금둥둥버스', 한강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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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세금둥둥버스' 한강버스 명칭 공모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한강버스는 마곡과 잠실 사이 망원~여의도~잠원~옥수~뚝섬 등 주요 거점을 선박으로 잇는 서울시의 새로운 수상 대중교통 수단이다. 시는 올 연말까지 선박 8척을 도입하고,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정식 운항한다는 목표다.

허나 한강버스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시가 '서울의 물길을 여는 새로운 교통혁신'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과 달리, 대중교통으로서의 매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한강버스로 마곡에서 잠실까지 일반 노선 이용시 75분이, 급행 노선은 54분이 소요된다. 급행을 타도 지하철을 이용했을 때와 4분 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요금은 약 1.7배 더 비싸다. 운항 간격 또한 문제다. 평일 출퇴근시 15분, 급행 노선, 그 외 시간대는 30분 간격으로 운항하는 한강버스를 대중교통용으로 이용할 시민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한강버스는 지하철과 비교해 시간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접근성도 나빠 시내버스에도 밀린다. 이용 실적이 저조해 폐지 수순을 밟는 한강 수상택시와 14년 만에 운항을 끝내는 한강 유람선(아라호)의 선례가 이를 증명한다. 시는 한강버스가 매력적 관광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나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다. 과거 시가 아라호 민간 매각을 5번이나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강버스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영실 서울시의원은 지난 8월 시정질문에서 서울시가 배를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신생 업체에 한강버스 건조를 맡겼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시가 가덕중공업과 선박 6척 납품 계약을 맺은 날짜는 올 3월 28일인데 해당 회사의 사업자등록증 발급일이 지난 4월 5일인 것을 문제 삼았다. 시가 올 4월에야 직원 등록을 한 회사와 약 178억원 상당의 선박 건조 변경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의원은 자체 조선소도, 친환경 선박 건조 실적도 없는 회사에서 아웃소싱으로 레고 조립하듯 선박을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강버스 업체 선정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시는 7일 약식브리핑을 열고 "가덕중공업은 한강버스 건조 계약 이전인 지난 3월 27일 예인선 2척(296t급, 1척당 67억원)을, 올 4월 26일 해양폐기물수거선 1척(190t급, 48억원)을 계약했다"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전자는 시가 가덕중공업을 선박 건조 업체로 선정하기 바로 전날, 후자는 계약 체결 후 한달 뒤 이뤄진 일이라 서울시의 해명이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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