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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특별기고/'K-위스키'의 발전을 위한 제언] ①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양조학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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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인트로] 위스키는 오랜 역사를 지닌 주류로, 그 깊은 전통과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위스키의 매력에 빠져 헤리엇와트대학교에서 양조와 증류에 대한 학문을 배우고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습니다. 총 4회에 걸친 기고를 통해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의 경험과 국내 위스키 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15세기부터 전해져 오는 생명의 물, 위스키. 영국 스코틀랜드에 합법적인 위스키 증류소가 설립된 것은 1824년으로 알려진다. 2024년을 기해 200년이 되는 긴 세월은 스코틀랜드가 쌓은 위스키 제조의 명성을 증명하는 셈이다.

위스키뿐 아니라 맥주, 와인, 브랜디 등 오늘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술과 그 생산자들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생산 방식의 현대화, 표준화를 이뤄냈다. 이런 이유로 술에 관한 학문적 지식을 축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스코틀랜드 역시 오늘날의 명성을 얻기까지 많은 연구를 통해 위스키를 발전시켜 왔다.

그 중심에는 헤리엇와트대학이 있다. 헤리엇 와트 대학은 스코틀랜드, 말레이시아, 두바이에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2018년 International University of the Year(올해의 세계화 대학)에 선정될 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양조·증류 과정은 에딘버러 캠퍼스 혹은 온라인 원격 수업을 통해 수료할 수 있으며 학부 과정은 4년, 석사 과정은 논문 작성을 포함해 1년간 진행된다.

헤리엇 와트 양조·증류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자국 주류 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여러 양조장과 증류소 또한 헤리엇와트 출신 대표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현재 다양한 주류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골든블루 마스터블렌더 프로젝트 장학생들을 포함해 오미자 와인과 프리미엄 증류주를 생산하는 이종기 제이엘 대표, 한국식품연구원의 김태완 박사 등이 헤리엇 와트에서 양조·증류 과정을 수료했다.

헤리엇 와트 양조·증류 석사 과정에서는 양조용 곡물 발아, 담금 및 발효, 맥주 숙성 및 제품화, 증류와 위스키 숙성 등 다양한 과정이 필수 과목으로 이뤄져 있으며 식품공학 및 미생물학, 경영자 과정 등의 선택 과목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추가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또한 맥주와 진, 위스키 제조 실습과 견학, 초청 강연 등을 통해 주류 산업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기술 및 인적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필자 또한 헤리엇와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주류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연구 목적의 증류소에서 진행한 위스키 증류 실습은 필자의 머리속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글렌모렌지증류소의 연구원이자 헤리엇와트 내에서 위스키를 전공하는 지도 교수의 주도 아래 발효를 끝낸 맥아 밑술(wash)을 두 번 증류해 숙성 직전의 위스키 원액을 만들었다. 시향 및 시음을 통해 가장 품질이 좋은 원액을 선별하고 밑술 제조 과정이 증류 액에 미치는 영향을 토의했다. 발효와 증류 과정에서 휘발성 향미 성분을 생산하고 정제하는 과정이 무척 숭고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양조장에서 진행한 맥주 실습 또한 잊기 힘든 일화로 남아있다. 10명 내외의 학생들이 국제 맥주 심사 가이드의 '어메리칸 휘트 비어(American Wheat Beer, 미국식 밀 맥주)' 타입의 맥주를 양조하기 위해 조를 이루었다. 맥아와 효모, 홉의 레시피를 준비하고 맥아 분쇄, 담금, 홉 첨가 후 끓이기, 발효, 숙성 과정을 모두 진행했다. 병에 담긴 맥주를 차갑게 준비해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기 위해 잔을 들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시지 같은 냄새에 경악하고 말았다. 발효 온도와 산도 관리를 잘못해 악취를 내는 성분이 과도하게 생성된 탓이다.

헤리엇와트에서의 배움은 귀국 후 국내 맥주 양조장 근무에 실속 있게 활용되었다. 수제맥주 양조팀장으로서 강렬한 홉 향기와 탁한 외관으로 유명한 'Hazy(헤이지) IPA', 은은한 바나나 향기가 일품인 '휘트 에일(Wheat Ale)' 등을 꾸준히 생산하며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모든 순간 양조 이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1년 반 뒤에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 취직에 성공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국내 위스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신적인 기술과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코틀랜드의 헤리엇와트대학과 같은 세계적인 양조 및 증류 학과는 위스키 생산의 현대화를 이끌어왔다. 국내에서도 수준 높은 교육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양조 및 증류 관련 학문을 활성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위스키 생산의 품질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연구 기관과 기업간의 협력을 강화하여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들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과 국내 위스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봤을 때 더욱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멀리 혹은 가까이 있을지 모를, 한국 위스키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그날을 마주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아웃트로] 다음 회차에서는 스코틀랜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양조와 증류 과정을 생생하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정성운(서울대 사회학과, 영국 헤리엇와트대학교 양조증류학 석사, 現 골든블루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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