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 시행됐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디폴트옵션 가입자의 86.5%인 489만명은 원금보장형 상품인 초저위험 등급을 선택했다. 초저위험 등급의 1년 간 수익률은 평균 3.47%다.
퇴직연금 대부분이 원금보장형에 머무르는 주된 이유는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주식 투자로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도박으로 치부하면서 나의 노후가 달린 퇴직금을 도박으로 날릴 순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 역시 주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원금을 지키기에만 바쁘다. 주식은 위험자산인 만큼 당연히 원금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건 맞지만 '주식=도박'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잘못된 투자방법에 기인한다.
지난달 25일 25개 자산운용사가 공동으로 출시한 디딤펀드는 퇴직연금의 고질적인 저수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투자업계가 뜻을 모아 만든 펀드 브랜드다.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원금손실의 위험성을 덜어냈다는 것이다.
투자 손실은 대부분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하면서 발행한 경우가 많다. 주식투자의 기본은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로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별 분산, 자산별 분산 등으로 구성을 다양화하면 안정성은 더 높아진다. 각 운용사별로 디딤펀드 운용전략은 다르지만 공통 목표는 채권·예금 수익률+α(알파)를 추구하는 것이다. 연 5~6%대 수익률만으로도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이달 7일부터 22일까지 21개 운용사가 연속으로 디딤펀드 기자간담회를 진행한다. 상품 하나 출시했다고 여러 운용사들이 동시에 나서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운용사 간 경쟁을 통해 수익률이 제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디딤펀드가 수익률의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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