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빼고 모두 국민의힘 계열 승리
尹 환송도 마다하고 금정으로 달려간 한동훈
野, 김경지 민주당 후보 단일화로 승부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부산 금정구 이마트 앞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유세차량에 올라 윤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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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쪽은 전부 골수 보수지요. 잘하든 몬(못)하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낀데 자꾸 시끄럽게 하면 안 돼. 이래 디비져가(뒤집혀서) 될 일이 아니다. 바까가꼬 뭐 좋은 일 있노."
6일 부산 금정구 구서동 오시게시장에서 만난 김밥집 사장 소모(65)씨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분위기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 추진 등 야당의 공세에 혀를 차며 "대통령이 아무리 똥고집(옹고집)이라도 이미 뽑았으니 임기 찰 때까지 데리고 가야 하는 기라"라며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해 힘을 싣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도 여느 때와 달리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김경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금정구민 오모(47)씨는 "보수가 잘하고 있다는 측면이 어떤 건지 하나도 못 보여주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與 '텃밭' 사수에 사활…한동훈 1박 2일 유세
금정은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 부산에서도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있던 2018년(정미영 전 구청장)을 제외하면 모두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앞둔 현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을 찍긴 하겠지만 결코 마음에 들어서 찍는 건 아니다"라는 주민들의 하소연이 단박에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위기감을 인식하듯 여당은 텃밭 다지기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순방 환송식에도 불참하며 전날부터 1박 2일간 금정 유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 대표는 5일 지원 유세에서 "숙원사업을 단기간에 해낼 사람은 윤 후보"라며 침례병원 정상화 공약을 강조했고, 이날도 남산성당과 하나인교회 등에서 주민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만난 60대 박모씨는 자신을 '한동훈 지지자'라고 밝히며 "한 대표가 발 벗고 나선 덕분에 그래도 표가 뭉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5일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위치한 오시게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부산=김소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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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오시게시장에서 40년째 기름집을 운영하는 이종호(83)씨는 "민주당은 검사든 판사든 자기들 불리하면 다 탄핵한다고 하고, 조국(조국혁신당 대표)을 보면 그쪽 당은 아무도 안 찍고 싶다"면서도 "지금까지 '금정을 발전시키겠다'는 국회의원, 구청장치고 제대로 바꾼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정갈등 장기화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정부·여당의 '리스크'에 탐탁지 않은 반응도 적지 않았다. 윤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자영업자 정모(62)씨는 "솔직히 지지하고 싶지 않지만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너무 소통을 안 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며 "김건희 여사도 사과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야권 막판 단일화… 김경지 민주당 후보 격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대역 인근에서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경지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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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하는 야당 지지층은 "못하고 있는 정부에 왜 힘을 실어주냐"며 표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이날 김경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여당 후보와 양자 대결이 성사된 데 기대를 걸고 있다. 국제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1, 2일 금정구에 거주하는 성인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야권 단일화 시 김경지 민주당 후보(40%)와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43.5%)는 오차범위(±4.4%포인트) 안에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의 불만은 현 정부의 실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씨는 "곧 아이를 군대에 보내야 하는 입장에서 채 상병 사건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양모(48)씨도 "단일화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며 "금정구에는 안그래도 응급실, 대형병원이 없어 불안한데 정부는 무데뽀로 의사 인원 수만 늘린다고 싸우고 있는 걸 보면 '다 죽으라는 건가' 싶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여야 정쟁에 신물이 난 무당층 표심도 관건이다. 부산대 캠퍼스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70대 김모씨는 "정치가 편 가르기만 하고 있어 투표하고 싶은 의욕이 도저히 안 난다"고 했다.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며 "30년 동안 장사하면서 월세를 석 달째 못 낼 정도로 장사가 안 되는 건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부산=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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