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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국방과 무기

"아이언돔 미사일은 막아도 공포감까지 없애진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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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 전쟁 1년 ◆

매일경제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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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아이언돔으로도 떨어지는 미사일 파편까지 막을 순 없어요. 제발 우리 집에 떨어지지 않길 빌고 또 빕니다." 두꺼운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는 방공호 안에 있는데도 폭발음이 그녀의 고막을 때렸다. 천둥소리는 비교도 안 되는 공포의 울림이었다. 휴대폰 앱 알람을 보니 다행히 상공에 날아든 미사일은 요격됐다고 한다. 방공호를 울린 굉음은 상공에서 폭발하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멈춘 뒤 방공호 밖으로 나가자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격추된 미사일 파편에 맞은 차량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연기였다. 관련기사 A5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14년째 거주하고 있는 40대 여성 교민 A씨는 6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하마스와의 전쟁 1년에 대한 소회를 극심한 '방공호 폐소공포'라고 토로했다. 남편과 자녀 한 명 등 세 식구가 매일같이 날아오는 미사일로 인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방공호에 의존하는 일상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60여 ㎞ 떨어진 텔아비브는 이스라엘 경제 중심지로 겹겹이 마련된 방공망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가자전쟁이 발발한 후 1년을 맞은 최근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반군과 3면전이 펼쳐지면서 대피 경보가 더 빈번해졌고 잊을 만하면 들리는 전투기 출격 소리에 자신과 가족이 전쟁의 한복판에 있음을 깨닫고 몸서리치게 된다고 토로했다.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던 무선호출기(삐삐) 동시다발 폭발, 수장이었던 하산 나스랄라 폭침에 이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사실상 전면전을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긴장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A씨는 "크고 작은 충돌이 이번에 처음 발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은 평소와 같이 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비교해 무기 종류가 다양하고 물량도 많으며 타격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걸 주민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헤즈볼라가 세계 최고의 민병대로 불리며 다양한 보복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병력만 최대 6만명에, 미사일도 20만기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의 로켓포나 미사일 보유량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전쟁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도심 테러까지 겹쳐 주민들 공포감 극심

특히 레바논 접경지인 북부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만 전장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내부에서 혹시 모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정인이나 자동차 등을 활용한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한 우려다. 최근 텔아비브 한 전철역에서 팔레스타인계 무장 대원 2명이 총기를 난사해 6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도 터졌다. 이스라엘 민방위사령부(HFC)는 실내외 모임 제한과 해제를 반복하고 있다. 또 수상한 물건이 발견되면 우선 대피하고 경찰 등에 신고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모든 사람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피해 예방 조치다.

최근 언론에서 헤즈볼라와의 공방이 조명받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하마스와의 전쟁도 조용한 날이 없다. 하마스는 거의 매일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A씨는 최근 예루살렘에서 텔아비브로 돌아오는 길에 경보 알람을 받고 긴급 대피했다. 도로 위 차들이 일제히 갓길에 정지했고 차량에서 뛰쳐나온 주민들은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대기해야 했다.

1년 넘게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피로도가 축적됐다. 인질 송환 이슈도 내부에서 계속되고 있다. A씨는 "가자지구에는 고통받고 있는 인질이 여전히 많다"며 "송환을 기다리는 가족이 많은데 생사 여부도 모른다. 이미 사망 사실을 정부에서 통보받았지만 시신을 인도받지 못해 장례조차 치를 수 없는 유가족도 있다"고 전했다.

생활 물가 상승도 일상을 괴롭히는 원인이다.

A씨는 "이스라엘 북부에 농장들이 대규모로 있는데, 해당 지역은 헤즈볼라와의 분쟁 확대로 작물 재배가 1년 동안 사실상 중단됐다"며 "농작물 인플레이션을 매일같이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전쟁 도박은 역설적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상준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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