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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ET단상]경영권 분쟁과 ESG경영,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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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기업의 경영권 분쟁은 일반적으로 경영권을 다투는 사람들이 의결권 있는 주식 확보를 경쟁적으로 나서며 짧은 시간에 주가가 급등, 기존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최근 비철금속을 다루는 두 기업의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두고 분쟁하면서 주식을 공개매수해 해당 기업의 주식이 급등했는데, 양측이 서로 상대방이 기업 경영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본인이 경영권을 확보해 해당 기업의 운영 정상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상대방에 대한 온갖 비판을 쏟아냈는데,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과 관련된 비난이 아니고 경영능력에 대한 비판을 통해 과거보다는 진일보한 명분 쌓기 경쟁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상당 부분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의 주요 내용이기 때문에 외부 경영자와 투자자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ESG경영'은 '착한 경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ESG경영은 '투자자를 위한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로 보는 것이 본질에 가깝다. 일단 지배구조(G) 측면에서, A기업은 B기업이 사모펀드 투자, 신사업을 위한 해외기업 투자가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이면에 B기업 이사회가 제대로 견제기능을 하지 못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B기업이 일방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자사주 맞교환을 해 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B기업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해당 자사주를 소각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결정했다.

환경(E) 측면에서 보면, 두 기업이 분쟁을 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가 A기업의 폐기물을 B기업에서 처리하는 문제다. B기업이 환경친화 경영을 위해 폐기물 감축 등을 고민하면서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A기업의 폐기물 처리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A기업은 사업장에서 발생해 외부에 누출된 환경오염 문제로 오랫동안 정부 당국 및 환경단체와 갈등이 있는 상태다. B기업은 A기업이 경영을 잘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의 하나로 이러한 환경문제를 거론했다. B기업은 최근 2년간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했고, 자원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를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사회(S) 측면으로 가면 더 복잡하다. B기업이 A기업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 이차전지 핵심기술이 외국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 주장했고, A기업은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신도 본 경영권 분쟁을 보도하면서, 미국의 모 연구소에서 A기업과 사모펀드가 B기업을 인수하면 전략기술이 타 국가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기술탈취로 논쟁이 확대됐다. A기업은 B기업 근로자의 고용보장을 약속했고, B기업이 위치한 지자체와 지역주민은 B기업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있다. S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산업재해에 따른 근로자 사망 이슈다. 두 회사 모두 업종의 특성 및 노후 시설의 문제로 산재 사망이 종종 발생하던 기업이다. 그런데 지난 8월 29일 A기업의 사업장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사업장의 대표이사가 구속되는 것은 아무래도 A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사안이고, B기업은 이 사례를 인용하며 A기업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을 표하게 되었다. 물론 B기업도 중대재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3년 12월 고용노동부는 A기업 사업장을 '원청의 사고사망만인율보다 원하청 통합 사고사망만인율이 세 번째로 높은 사업장'으로 공표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중처법 발효 전인 2020년에 발생해 중처법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실제 자산 및 현금창출 능력을 기반한 적정 수준보다 주주 가치가 낮은 기업의 경영자를 바꾸고자 할 유인이 높다. 적대적 M&A는 이런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비재무적 위험에 속하는 산업재해 때문에 대표이사가 갑자기 구속되거나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면 경영권 위기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좁게 보면 안전경영을 통해 산재 예방을, 넓게 보면 ESG경영을 통해 비재무적 위험을 예방하여 경영 능력에 대한 공격을 받지 않는 것이 경영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yongjin.park@kispric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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