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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김태섭의 M&A인사이트] 〈8〉보수와 혁신의 충돌, 누가 승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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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김태섭 피봇브릿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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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9년은 자동차가 발견된 해다.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누어졌다. 한 부류는 더 빨리 달리는 마차를 연구했고, 한 부류는 자동차를 양산할 방법을 고민했다. 카를 벤츠(Karl Benz)와 고틀리프 다임러(Gottlieb Daimler)는 후자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역사 속 모든 분쟁과 투쟁의 이면을 살펴보면 기득권자와 비기득권자 간의 싸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사회에서의 싸움은 귀족과 평민사이에서 일어났고, 근대 산업사회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싸움이었다. 이들 싸움의 본질은 자원, 권력, 기회의 불평등에서 비롯되었다. 2011년 일어난 월가 점령운동(Occupy Wall Street)은 상위 1%가 99%의 부를 차지하는 불평등에 대한 저항운동이었다. 한편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인간 이면의 속성이 있다. 기득권자는 익숙한 것에 머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은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었다.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음식점 전단지도 더 이상 볼 수 없고, 구직을 위해 벼룩시장을 볼 필요도 없다. 이는 단순히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 한편에는 버림이 있듯이, 전통의 방식, 이들 사회를 지배했던 기득권자의 몰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M&A는 산업의 고도화 및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국가경쟁력사업이다. 특히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의 진입 및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 은퇴가 시작되며 중소형 M&A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꽉 막힌 구조로는 좀처럼 답을 찾기 어렵다. 국내 M&A시장은 대표적인 아날로그시장이다. 폐쇄된 시장, 소수의 정보독점, 허위매물이 넘쳐난다. 효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연, 학연 등을 통한 인수자 찾기, 이중삼중 브로커의 개입으로 일처리는 더디고, 비용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등록비, 착수금 등 일부 중개업체의 선불수취는 근절되어야 한다. 이는 마땅한 대가라기 보다는 중개기관의 오랜 관행, 영세성에 기인한 것으로 최근의 대형 회계법인조차 선불요구를 하지 않는다.

M&A의 최초기록은 1708년 영국 동인도 회사가 경쟁사를 합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편 다양한 디지털 도구의 등장,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디지털 M&A는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 전자서명시스템, 데이터룸은 물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까지 응용되고 있다. M&A거래가 활발한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EU) 27개국 M&A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비대면 M&A플랫폼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다. 플랫폼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다. 획일적인 규칙, 정보독점을 해소하고, 기업당사자가 능동적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다.

혁신과 전통은 항상 충돌했다. 한편 이 충돌에서 “누가 승자인가?” 라는 질문의 답은 비교적 명쾌하다. 효용이 승리한다. 혁신이든, 전통의 진화든, 더 많은 부가가치와 이익을 제공하는 측이 승리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자동차가 말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교통수단임을 증명했을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선택한 것이다.

혁신은 경계(境界)를 넘어서기 위한 도구다. 인류역사의 전환점에는 항상 혁신이 있었다. 혁신의 주인공이 될지, 낙오자가 될지, 방관자가 될지는 모두의 선택이다. 다만 자동차 때문에 말이 놀란다고 식의 방해자는 되지 말자.

김태섭 피봇브릿지 대표 tskim@pivotbridge.net

〈필자〉1988년 대학시절 창업한 국내 대표적 정보통신기술(ICT) 경영인이며 M&A 전문가다. 창업기업의 상장 후 20여년간 50여건의 투자와 M&A를 성사시켰다. 전 바른전자그룹 회장으로 시가총액 1조, 코스닥 10대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수출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그가 저술한 '규석기시대의 반도체'는 대학교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2020년 퇴임 후 대형로펌 M&A팀 고문을 역임했고 현재 세계 첫 비대면 M&A플랫폼 피봇브릿지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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