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집값·대출은 아직 불안"…9월 5대은행 일평균 주담대 취급액 또 '최대'
"내년 상반기까지 0.75%p 낮출 듯…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돼 완화효과 없을 수도"
실제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이뤄지면,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무려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되는 셈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까지 떨어져 긴축의 제1 목표인 '2% 상승률'이 달성된 데다, 민간 소비·투자를 비롯한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불안이 커지고, 미국까지 앞서 지난달 빅컷(0.50%p 인하)에 나선만큼 한은이 정부·여당 등의 압박 속에 더 이상 인하를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자칫 가계대출과 서울 등 수도권 집값에 다시 불을 지를 수 있는 만큼, 관련 데이터를 더 충분히 확인한 뒤 피벗을 11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있다.
이창용 총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주재 |
◇ 7명 중 6명, 11일 인하 전망…"물가 1%대로 떨어졌고, 내수진작 압박 더 못버텨"
6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다수인 6명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인하 전망의 주요 근거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목표(2%) 안착, 민간 소비 등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 우려가 주로 거론됐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9월 물가 지표 발표 직후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밑돌다가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 등으로 2% 안팎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0.25%p 인하를 점친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1.6%로 한은 목표치(2%)를 밑돌기 시작해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경기의 경우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율까지 앞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하회하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련 우려는 약해졌지만, 점차 성장 둔화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한은도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민간 소비나 투자, 체감경기 등 경기 흐름을 고려할 이미 금리가 인하됐어야 한다"며 "하지만 한은은 최근까지도 여전히 우리 경제가 나쁘지 않고 내수도 회복세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경기나 성장 부진을 명분으로 내세우기가 애매한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측면의 명분이 아니라면 결국 물가 상승률 하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작 정도를 한은이 피벗의 근거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한은이 정부·국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높은 금리와 물가로 위축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추라는 압박을 강하게 받는 것으로 안다. 더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경기 진작 차원의 금리 인하 결정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 가계대출 증가폭 9.6조→5.6조…"연휴 효과 등에 추세 확신 못해"
하지만 물가와 경기·성장 측면에서 피벗의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해도, 나머지 전제 조건인 '집값·가계대출 안정'의 충족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수 전문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앞서 지난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수는 시간을 갖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은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하기 때문에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천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천642억원)보다 5조6천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천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정도 줄었다.
하지만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직결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대 은행에서 9월 한 달에만 새로 10조3천516억원이 취급됐다. 하루 평균 3천451억원 규모로, 8월(3천596억원)보다 4%가량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천934억원으로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2% 올랐다. 상승률이 8월 둘째 주(0.32%) 5년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은 뒤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다만 9월 주택 거래나 집값 추이 역시 주말까지 닷새에 이르는 추석 연휴의 영향을 받은 만큼, 부동산 시장이 추세적으로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5대 은행 주택 구입 주담대 신규 취급액 추이(단위:백만원,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취합 ※ 수도권 = 서울·경기·인천 | ||||
구분 | 6월 | 7월 | 8월 | 9월 |
수도권 | 6,004,683 | 6,438,213 | 6,728,670 | 6,954,719 |
비(非)수도권 | 4,087,941 | 4,342,991 | 4,417,817 | 3,396,929 |
합계 | 10,092,624 | 10,781,205 | 11,146,487 | 10,351,648 |
수도권 비중 | 59.5 | 59.72 | 60.37 | 67.18 |
1일 평균 | 336,421 | 347,781 | 359,564 | 345,055 (추석 연휴 3일 제외 시 393,394) |
이런 이유로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인하를 11월로 미룰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봤다.
그는 "9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7∼8월보다 꺾인 것은 맞지만, 추석 연휴까지 끼어 있는 한 달 추이만을 보고 추세가 전환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정부도 부동산 안정을 위해 가계대출을 조이는 상황에서 한은이 바로 10월에 금리를 낮추는 것은 정책 엇박자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한은이 좀 더 추이를 확인하고 11월에 인하하는 게 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금리 인하를 예상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줄어든 데는 연휴 효과도 있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효과도 있겠지만 실제로 가계대출 추세가 바뀌었는지는 상당히 의문"이라며 "한은이나 이 총재가 (8월 금통위에서) 부동산과 가계부채를 동결 이유로 들었지만, 명분 쌓기 성격일 뿐 지금까지 동결의 실질적 이유는 미국 연준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8월 회의에서 (금통위·이 총재가) 말한 집값과 가계대출 관련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인하를 예상하는 것은, 한은이 제시한 조건을 완전히 충족할 수 없는 데다 내수가 그만큼 안 좋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
◇ "집값 등 우려에 인하 여력 작은데…은행 가산금리 오르면 피벗 효과 의문"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0.25%p씩 세 차례, 총 0.75%p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연내 한 차례, 내년 상반기 두 차례 인하 시나리오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해 10월 1회, 내년 상반기 2회 낮추고 하반기 동결해 2.75%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에도 불구,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하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인하 폭은 0.25%p에 그치고 내년 상반기에도 0.25%p씩 두 차례만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피벗이 시작되더라도, 통화 완화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조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가 체감 경기나 소비에 도움이 되려면 채권 등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낮아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미 시장금리는 1∼2회 기준금리 인하를 가정해서 낮아진 상태인 데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이유로 은행 등 금융기관은 계속 가산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7명의 전문가 가운데 6명은 미국 연준이 9월에 이어 11월 다시 '빅컷'을 단행할 확률은 낮은 것으로 봤다. 두 차례 연속 빅컷이 필요할 만큼 고용시장 등 미국 경기가 크게 나쁘지 않은 만큼, 0.25%p 인하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진단이 우세했다.
다만, 주 실장은 "연말까지 연준이 0.50%p 추가로 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한 차례 빅컷일지 두 차례 0.25%p 인하일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경기가 둔화하는 것은 확실하고 그에 비해 현재 금리가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buil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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