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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마이웨이' 김동연의 '안방' 찾은 문재인, 그 배경에 쏠리는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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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기도청을 깜짝 방문했다.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 참석차 수원을 찾으면서 방문한 것이지만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경기도청 방문은 이번에 처음일뿐만아니라, 방문 일정 자체가 며칠 전 결정됐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20분 예정 환담 40분으로 늘어나…1시간 산책도 '추가'

경기도에 따르면 4일 기념식 행사 2시간 전인 오후 4시께 김정숙 씨와 함께 청사를 방문한 문 전 대통령은 1층 정문 앞까지 영접하기 위해 나온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이후 문 전 대통령과 김 지사는 5층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환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김 지사의 주요 사업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해 물었고, 김 지사는 중앙정부가 주민투표에 답을 주지 않고 있어서 윤석열 정부와 다르게,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윤석열 정부와 다르게 가는 '독자적인 길'의 예시로, 확대재정 추진, 기후변화 대응 정책 및 RE100선언, 사회적 경제 추진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경기도가 비중이 가장 크니까, 경기도가 방향을 바로 잡으면 대한민국을 선도(先導)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중앙정부가 다른 방향으로 갈 때, 경기도가 가야할 방향으로 선도하면 바람을 일으키고 포용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환담은 애초 20분 예정이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져 40분 동안 이어졌다.

오후 4시 50분께 환담을 마친 문 전 대통령과 김 지사는 광교호수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추가로 약 한 시간 동안 공원 주변을 거닐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과 야권 거물급 인사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긴 환담 시간이 주목을 받았다.

프레시안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4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 김동연 경기지사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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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계 인사 적극 기용한 김동연 지사

문 전 대통령의 경기도청 전격 방문을 두고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김동연 지사가 민주당 내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총선 이후 민주당이 '친명계'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밀려난 과거 친문계 인사들을 적극 기용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실제 친문 핵심인 전해철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경기도 정책 자문기구인 도정자문위원장에 위촉됐다. 전 전 의원은 위촉장을 받으며 "김 지사가 제안한 도정자문위원장직을 수락하고 함께 일하게 된 정치적 의미에 대해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묘한 해석을 낳았다. 전 전 의원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친명계인 양문석 의원과 경선에서 패배한 바 있다.

김 지사는 또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 안정곤 씨를 비서실장에,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신봉훈 씨를 정책실장에 임명했다. 지난 1월 임명된 김현곤 경제부지사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 선임행정관 출신이다. 지난 7월에는 강민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4월 경기도 기후대사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전 전 의원이 '정치적 의미'를 강조한 것은, 친명계로부터 상대적으로 밀려난 '친문계'의 좌장으로서 친문계가 김 지사에게 힘을 싣고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새로운 포지셔닝을 위한 이벤트로 해석될 여지있어"

친문·친노 인사 영입과 함께 주목받는 것은 김 지사의 '소신 발언'이다. 김 지사는 중앙 정치권 이슈가 있을 때에도 당 주류의 의견과 배치되는 말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낸 '전국민 25만 원 지원'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현한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 지사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전 국민 25만원 지원을 두고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더 지원해 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필요한 재원) 13조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때문에 이른바 '강성 친명'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이같은 비난이 오히려 김 지사의 존재감을 키워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김 지사를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해 견제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김 지사가 친노·친문계를 지지세력으로 비명계의 구심점이 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민주당 내에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당내 이같은 기류를 모를 리 없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 지사가 수장으로 있는 경기도청을 전격 방문한 것을 두고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김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더 큰 역할을 하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한 바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전 국민 25만 원 지원', 친문계 인사 영입 등으로 친명계와 껄끄러워진 김동연 지사의 안방을 문 전 대통령이 방문했다는 건, 정치적 의미가 있다"며 "또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방문이기에 (김동연 지사의) 민주당 내 새로운 차별화를 위한 이벤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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