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100분 격론에도 결론 못내
일부는 “아예 폐지하자” 주장도
이재명, 다음주 최종 입장 밝힐듯
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이재명 당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당 입장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4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앞선 당 차원 토론회에 이어 금투세 시행 및 유예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나 1시간 40분간의 격론 끝에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종 당론은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내리게 됐다. 지도부 내에선 차기 대선 이후까지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이 대표로선 주식 투자자의 반발을 무릅쓰고 당장 내년에 금투세 시행을 강행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선 16명의 의원이 발언대로 나와 금투세 관련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 초반엔 4선의 박홍근, 윤후덕 의원과 재선의 오기형, 최기상 의원 등이 잇달아 ‘내년 시행’ 및 ‘보완 후 시행’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금투세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여야가 2년 전에 이미 합의하고 국민에게 보고했는데, 약속을 어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4선의 이춘석, 재선의 정일영, 최민희 등 ‘유예파’ 의원들도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2년 전엔 증시가 활황이어서 금투세 논의가 진전됐지만 지금은 주식시장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자본시장 환경을 개선하는 조치가 먼저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예파 의원 대다수는 시행 시점을 최소 3년 이상, 즉 2027년 대선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5선의 안규백 의원은 “예민한 이슈인 금투세 문제를 계속 이렇게 질질 끌고 가선 안 된다. 정무적으로 판단해 서둘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4선의 김민석 최고위원과 초선인 박선원 의원 등은 더 나아가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최고위원은 “유예하려면 금투세 개정안을 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시 그대로 내년에 시행되게 된다”며 “그 후폭풍은 민주당이 감당하게 될 테니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시행 또는 보완 후 시행, 유예, 폐지 등 입장이 골고루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유예·폐지 의견이 더 많았다”며 “금투세 시행 여부 관련 당 입장과 발표 시점 등 2가지를 지도부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유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의원은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국내 주식시장 체질을 개선하고 차기 대선 이후로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는 방향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주식시장 체질 개선’ ‘3년 이후 시행’ 등 전제 조건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지도부는 국정감사 전인 다음 주 중 입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에 참석해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라”며 압박을 이어갔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